brunch

매거진 뷰파인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야기술사 Oct 01. 2018

[달.쓰.반] 77편/ 회색인간

김동식/요다/2017-12-27

가끔은 달콤하고, 때로는 쓰디쓴, 장르 불문, 반전 있는 문화 리뷰 No. 77

※ 주의: 이 리뷰는 <회색인간>의 주요 내용 및 반전, 결말 등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다.


인터넷 사이트 [오늘의 유머]의  공포게시판에 글을 올려 화제가 된 김동식의 글이 

출판사 요다에서 소설집(전3권)으로 출간되었다. 작가는 10년 동안 공장에서 노동하면서 

머릿속으로 수없이 떠올렸던 이야기들을 거의 매일 게시판에 올렸고,

그 이야기들은 베오베 게시판에 갈만큼 많은 호응을 얻었다.

그중 첫번째 소설집인 <회색인간>을 읽어보았다.

표제작인 <회색인간>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미지 출처 : 알라딘 (http://www.aladin.co.kr)


갑자기 지저 세계의 인간들로부터 납치당한 만 명의 사람들은 

곡괭이 한 자루를 들고 강제 노동을 하게 된다. 


인간이란 존재가 밑바닥으로 추락했을 때, 

문화라는 것이 하등 쓸모없는 것이 되었을 때


갑자기 누군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누군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로 옮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노래를 부르고, 그림을 그리는 이들을 경멸하고, 때리던 이들이

차츰 그들의 노래에, 이야기에, 그림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몇몇 사람들은 이곳에서 있었던 모든 일을 눈감고도 그려낼 수 있도록

벽에다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몇몇 사람들은 끊임엇이 머릿속으로 이곳의 이야기를 써냈다.

또 하루 종일 사람들을 외웠다. 자기 전에도 외우고 꿈속에서도 외웠다.

또한 그들은 사명감을 가졌다. 꼭 살아남아서, 우리들 중 누군가는 꼭 살아남아서

이곳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졌다.


그 이후에 여전히 사람들은 죽어나갔고, 여전히 사람들은 배가 고팠지만

더이상 사람들은 회색이 아니었다.

아무리 돌가루가 날리고 묻어도, 사람들은 회색이 아니었다.


하루아침에 희망을 잃어버린 인간들에게

문화와 예술이 어떻게 그들을 버티게 하는지,

어떻게 그들에게 살아남아야 한다는 희망을 주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라

흥미롭게 읽었다.



<회색인간> 다음으로 흥미롭게 읽은 작품은 <무인도의 부자노인>이다.


p.32

"통조림 몇 개 때문에 한 노인을 죽이려고 했을 때, 저희는 짐승들이 되어 있었습니다.

한 노인을 살려주고 나니, 그제야 저희는 사회 속에 사는 인간이 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저희는 살았습니다."


<무인도의 부자노인>은 인간성은 무엇인지, 사회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묻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이처럼 소설집 1권에 묶인 24편의 이야기들은 

지저 세계로의 납치, 사람을 집어삼키는 식인빌딩,

피로를 풀어주는 정화수 등 흥미로운 소재로 눈길을 끈다.

그런데 그 이야기들을 다 읽고나면, 

이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이 현실에 대한 은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24편의 많은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보니 

때로는 비슷비슷한 전개가 이어져

식상하게 느껴지는 몇몇 작품도 있지만,


표제작이나 <무인도의 마음>처럼

마음속의 무언가를 건드리는 작품도 많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달.쓰.반] 76편/당선, 합격, 계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