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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Nov 12. 2018

[오늘의 휴가] 41편/절정이 지난 후, 내장산 우화정

전북 정읍 내장산 국립공원 / 단풍 명소

"오늘" 생각난 장소에 대한 비정기적 매거진 No.41

단풍이 떨어진 곳에는 낙엽이 가득하다.

프랑스의 시인 레미 드 구르몽의 유명한 시

 <낙엽> 중 한 구절을 굳이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떠올려보지 않더라도 낙엽 가득한 거리를 가족과 연인, 친구와 함께 걸으며 만추의 정취를 온몸으로 흠뻑 느끼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전국의 단풍 명소 TOP 5를 꼽으라면 (순위야 사람에 따라 다소 다를 수는 있겠지만) 주저없이 들어갈 그 이름, 내장산. 언론에서 올해 내장산의 단풍 절정 시기를 11월 5일~6일로 꼽았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을 때 순간 고민했다. 연차 쓰고 갈까? 하지만 당일치기 여행이라면 주말 하루중에 시간을 내어 다녀올 수도 있을 텐데,  굳이 연차까지 쓸 필요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11월 3일에 가볼까 했지만, 길동무의 개인사정상 다음주인 11월 10일로 미뤄졌다.  그래도 10일까지는 괜찮겠지, 했는데 전국적으로 11월 8일과 9일 사이에 비가 내리면서 점점 걱정이 되었다.

과연, 나는 그 유명하다는 내장산의 진면목을 제대로 볼 수 있을 것인가? (낙엽이라면 남산에서도 실컷 밟을 수 있겠지)

그리고 내장산하면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또 한장의 사진, 우화정. 사진작가들이 그 아름다운 모습을 담기 위해 줄을 치고 있다는 그 우화정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걱정반 기대반. 설레는 마음을 안고 수서역발 SRT를 타고 정읍역에 도착했다. (귀경길은 KTX 용산행 열차 이용/ 정읍역에서는 SRT, KTX 모두 이용가능하다)

정읍역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0시 6분.  조금 꾸물거리느라 10시15분 정읍역발 171번 버스

(정읍역 길건너 오른쪽에 있는 CU편의점 앞이 정류장)를 탈 수 있을까 했는데

버스는 10시19분에 출발했다. 뒷자리까지 꽉 찬 버스는 약 40여분을 달려 10시57분경에

내장산 입구의 내장터미널에 도착했다. 40분을 서서 왔지만, 그동안 길이 막혀 버스로 1시간 이상 걸렸다는 후기들을 본 터라, 제 시간에 도착한 것에 기뻐하며 터미널 바로 앞에 있는 CU편의점(정읍역으로 돌아갈 때도 이곳에서 버스를 타면 됨)에서 생수를 사들고

매표소(도보로 10분 소요)까지 힘차게 올라갔다.



내장산에 들어가려면 입장료 3000원을 내야한다. 명목은 문화재구역(내장사)입장료. 현금만 사용할 수 있다.매표소부터 내장사 입구에 이르는 길은 단풍 터널로 매우 유명하다고 하는데,

며칠전 내린 비탓인지, 아니면 이미 단풍 절정 시기를 놓친건지, 내 눈에는 단풍이 떨어진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더 많이 보였다.

(매표소부터 운행하는 셔틀버스는  편도요금 1000원이다. 셔틀버스를 타면 케이블카 타는 곳까지 데려다준다는데우리는 그냥 걸었다.)

그렇게 매표소에서 내장사를 향해 걷다보면 우화정이 나온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파란색 지붕의 정자가 보이면, 그곳이 바로 우화정이다.

우리는 매표소부터 우화정까지 아주 느긋하게 걸어서 1시간 걸렸다.

(사실, 보통 속도로 걸어도 30분 이내면 충분히 갈 것 같긴하다)

 


우화정(羽化亭)은 소동파의 전적벽부(前赤壁賦)에 나오는 우화등선(羽化登仙)이라는 고사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뜻은 날개가 돋아올라 승천했다는 말인데, 옛 신선들이 이곳에서 바둑을 두다가 정자에 날개가 돋아 승천했다는 전설로 인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그런데, 매표소부터 내장산 입구로 가는 길에 줄줄이 있는 식당이 저마다 자랑하듯 바깥에 전시 내장산의 사진 중 호숫가 한가운데 서있는 파란지붕의 하얀색 콘크리트 기둥 건물 이름도 우화정이라는데, 내가 우화정은 전통양식 건물의 목조건물이다. 처음에는 그럼 우화정이 2개인가? 라는 단순한 생각을 했다. 내장산의 이곳 말고 다른 곳에도 우화정이 있나?

하지만 파란색 지붕이며, 주변 경관은 그 사진과 비슷하다. 설명문을 보니 2016년에 전통양식의 목조 건물로 새로 지었다고 한다.


우화정은 명실공히 내장산의 "인증샷" 명소다.

단풍이 절정일 때는 인산인해를 이뤄 인증샷을 찍는다고 한다.하지만 이미 절정을 지나버린 우화정은 때를 놓치고 온 관광객들의 아쉬운 소회만이 가득했다.

일주일 전인 11월 3일의 모습은 어땠는지 모르겠으나, 2018년 11월 10(토)일의 우화정은 이런 모습이었다.


 

  



때늦은 아쉬운 마음을 잠시 동동주에 파전으로 달래려고 했지만길동무가 곧 술동무는 아닌지라, 술은 생략하고 배만 채우기로 했다.

사실, 술 한잔 기울이며 흠뻑 취하고 싶을 만큼의 그런 멋진 정경은 솔직히 아니었다.

절정이란 정말 짧게 끝나버리는 구나, 라는 탄식과 함께 휴가와 연차는 나중을 생각해서 마냥 아끼거나, 가능한 미루지 말자, 라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물론, 이미 절정이 지나버린 내장산에도 좋은 점은 있었다. 돌아오는 171번 버스도 내장산에서 40분만에 정읍역에 도착했다는 것.

이것이 단풍 초절정 시기보다는 사람과 차가 없어서 그런 건지아니면 우회 도로를 이용하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날, 사람들이 없었다는 건 아니다. 여러 곳의 주차장은 만차였고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관광버스도 엄청 많았다.)

버스 배차 간격도 30분이라고 들은 것같지만 실제로는 배차간격이 그보다는 짧은 것 같았다.

(체감상 10분~15분?)그래도 아직은 단풍철이라 증차를 한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171번 버스의 배차 간격에 대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는 않았다.

한 가지, 아이러니 한 것은

천천히 걸으면서 보던 내장산의 단풍보다, 버스를 타고 올라가면서 혹은 내려오면서 스쳐가듯

보는 단풍들이 더 멋져보였다는 것.

PS. 내장산국립공원사무소

T. 063-538-7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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