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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Oct 09. 2019

[달쓰반] 96편 / 영화 <조커> (스포주의)

감독 토드 필립스 / 출연 호아킨 피닉스 / 2019년 10월 개봉

가끔은 달콤하고, 때로는 쓰디쓴, 장르 불문, 반전 있는 문화 리뷰 No. 96

※ 주의 : 이 리뷰는 영화 <조커>의 주요 내용 및 결말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영화 <조커>를 보았다. 소문대로 주연을 맡은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가

일품이었다. 솔직히 영화의 스토리라인에서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지만,

조커라는 캐릭터가 남긴 인상은 매우 강렬했다.



영화를 볼 때,

도저히 나의 이성이나 상식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배우의 연기만으로 설득을 당할 때가 있는데

이번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조커가 영화에서 저지른 범죄의 당위성까지

설득당한 것은 아니지만,

영화 속에서 그가 내뿜는 에너지에

일순간 동화될 때가 있었다.


그것이

자기혐오, 자기연민, 자기파괴적 에너지 중

무엇이었는지

콕 집어 말하긴 어렵지만,

조커가 그의 삶에서 겪는 감정의 진폭 혹은 낙차는

그의 연기만 따라가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영화에 대한 여러가지 해석이 있겠지만,

나는 조커를 나르시스트, 일명 관종이라고 생각하며

영화를 보았는데,

정치적인 의도는 없었지만

어느새

'광대' 폭동의 주동자,

계급투쟁의 선봉자, 구원자가

되어 있는 자신을 보며

기꺼이 그 역할을 수용하는

모습에 그래, 저러고도 남을 놈이지란 생각이 들었다.

자기과시의 욕구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피해망상 혹은 환상.


그것을 머레이(로버트 드니로)가 토크쇼에서 지적하자

총으로 그를 쏴버린다.

옳고 그른 것, 혹은 웃기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누어 판단하는 세상에 신물이 난다는 듯.

더이상 그런 세상에서 "척"하며 살기 싫다는 듯.

다른 영화였다면,

이런 결을 지니고 있는 캐릭터들이 으레 늘어놓는

변명들이 구차하게만 들렸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 작품에서는,

이런 말들을 하며 끊임없이 웃는 조커의 클로즈업되는 얼굴을

자세히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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