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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Nov 09. 2019

<달쓰반> 97편 / 터미네이터:다크페이트 (스포주의)

Terminator: Dark Fate / 감독 팀 밀러/ 2019년 

가끔은 달콤하고, 때로는 쓰디쓴, 장르 불문, 반전 있는 문화 리뷰 No. 97

※ 주의 : 이 리뷰는 영화 <터미네이터 : 다크페이트>의 주요 내용 및 결말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지난 10월 30일 개봉한 <터미네이터 : 다크페이트>를 보았다.

지금까지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극장에서 한번도 본 적은 없지만,

이번 영화는 터미네이터 1,2편을 연출한 제임스 카메론이 제작을 맡고,

린다 해밀턴과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나온다고 해서

극장에서 보게 됐다.


영화의 스토리는 

인류의 새로운 희망이자 휴먼 지도자인 '대니'를 지키기 위해 

강화 군인인 '그레이스'가 미래에서 찾아오고,

'대니'의 제거 임무를 받은 터미네이터 Rev-9가

이들을 뒤쫓으면서 시작된다.

최첨단 기술력으로 무장한 최강의 적 터미네이터 ‘Rev-9’의 무차별적인 공격에 

위기를 맞은 ‘그레이스’와 ‘대니’ 앞에 

터미네이터 헌터 ‘사라 코너’가 나타나 도움을 준다.

그레이스는 사라 코너를 경계하지만

각자의 조력자가 동일인임을 깨닫고 한 팀이 되어 

텍사스로 찾아간다.

이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바로 사라 코너의 아들인 

존 코너를 제거했던 T-800.

사라 코너는 T-800을 보자마자 죽여버리겠다고 총을 들지만

T-800은 과거의 자신이 아니며,

그후 인간을 사랑하게 되면서 

존 코너를 죽인 일이 

사라 코너에게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다.

T-800은 터미네이터 Rev-9를 제거하기 위한 계획을 함께 세우게 된다.

사라 코너 역할로 린다 해밀턴이 나오지만,

특별 출연 수준이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중반에 대니 일행과 합류하면서

영화 끝까지 등장해 존재감을 과시한다.

  

물론 이분의 존재감도 어마어마하다.

T-800은 죽어도, 죽어도, 불사신처럼 다시 살아나는 

터미네이터 Rev-9를 제거하며

사라진다.

영화의 중반부, 

T-800은

그 유명한 명대사, I`ll Be Back 대신  I won’t be back이란 

대사를 한 적이 있다.

이 대사는 <다크페이트>가 터미네이터 이전 시리즈하고는

다르다는 점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하긴 이미 오프닝씬에서 T-800은

자신이 그토록 보호하고자 애썼던 존 코너를 죽여버리지 않았는가.

사라 코너는 이제 존 대신 

저애가 존이야, 라고 말하는

대니를 위해 싸운다.

영화 초반부터 

대니가 미래, 인류의 구원자구나 라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 이 영화속에서 대니는 그렇게까지 특별한 면모를 보이지는 않는다.

대니는 현재보다는 미래에 더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고, 

앞으로 점점 더 성장해나가야 하는 인물이니까,

그건 충분히 이해됐다.

그리고 중간중간 대니가 리더로서의 모습을 기대하게 하는 말들을 

하기도 해서,

그레이스가 왜 그도록 그녀를 보호하려고 하는지도 알 것 같았다.

그런데, 사라 코너가 

대니를 인정하기까지의 발언이 좀 당황스러웠다.

전작을 극장에서 본 적은 없고

케이블 TV에서 방영할 때도

그 유명한 용광로씬 정도만 드문드문 봤지만

사라 코너라는 인물이

저항군의 리더를 낳을 자궁정도로만 여겨지는 

캐릭터였던가?

사라 코너가 

대니가 바로 존이야, 라고 깨닫는 장면도

그레이스의 말 하나로 바로 인정해버리는 것 같아 아쉬웠다.

그레이스와 대니의 연대는 감정적으로는 이해가 갔는데,

사라 코너와 대니의 연대는 감정적으로도, 머리로도 이해가 잘 안갔다.

저 아이의 심정을 내가 안다, 

라고 하는 사라 코너의 말에 내가 크게 공감을 할 수 없었던 것은

내가 터미네이터1,2편을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 영화 속에서 사라 코너와 대니의 관계를 좀 더 유기적으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일까?

그나마 사라 코너가 훈련에 지지부진한 대니의 귀에

터미네이터가 방금 네 가족을 몰살했어. 너는 어떻게 할래?

라고 속삭여, 그녀를 각성하게 만드는 장면은 감정적으로 이해가 갔다.

두 사람 모두 가족을 잃었다.

한 사람은 미래에 리더를 낳을 어머니라는 이유로.

한 사람은 미래에 자기 자신이 리더라는 이유로 아버지와 남동생을 잃어야 했다.

자신을 위해 희생하며 죽은 남동생을

묻어줄 사람도 없다며 슬피 우는 

대니에게,

사라 코너는 그저 모두 슬픔을 끌어안고 사는 법을 배운다,

라고 말한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고,

이제 그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지금 당장 닥친 현실을 직시하기 위해

사라 코너와 대니는 스스로 달라지기를 선택을 했다.

이 각자의 서사는 충분히 납득이 되었지만

두 사람의 감정선이나 연대성을

좀 더 공들여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정도의 아쉬움을 빼면 전반적으로 재미있게 감상했다.

전투씬 혹은 중요한 장면마다 익히 아는, 그 유명한 배경음악이 깔리면서

액션이 시원시원하게 펼쳐지기도 하고,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계속 봐온 관객이라면

나름의 재미를 느낄 요소들이 더 많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실망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말이다.

이미 전설이 되어버린 터미네이터 오리지널 시리즈 1,2편의

 그 아우라를 쉽게 넘을 수는 없는 법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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