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형체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자살 노트를 쓰는 살인자
“도대체, 왜 그랬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그랬다. 요즘에는 더 자주 이 '도대체' '그런' 말을 입에 올렸다. 굳이 신문 사회면을 보지 않아도 말이다.
하지만 누구도 속 시원하게 설명할 수 없다.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우리는 근대 이후의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이다. 이렇다 보니 인과에 집착하고 설명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거의 히스테리 반응을 보인다. 과학의 시대에 살기 때문이다. 이해할 수 없고, 설명할 수 없으며, 명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다 보니 불안만 자란다. 나중엔 체념과 냉소가 우리를 구성하는 중요 인자가 된다.
작품 속 ‘시인’을 쫓는 FBI는 말한다. “달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왜 살인을 저지르는 거지? 어떻게 그런 일을 계속하는 거야?”에 대한 답이다. 이해할 수 없음에 대한 다른 표현이 ‘달에서 온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아예 원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작품 속 주인공과 수사관들도 어떻게든 원인을 찾으려고 애쓰고 설명하려 노력한다. 작가 역시 그들의 입을 빌어 원인이 될 만한 것을 내놓는다. 물론 이런 노력들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여전히 독자도 등장인물들도 ‘달에서 온 사람들’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쌍둥이 형의 자살을 받아들이려다 이상한 점을 발견한 주인공이 직접 사건 조사에 착수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엄청난 분량에도 불구하고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았다. 주인공의 1인칭 시점과 살인범의 3인칭 시점이 교차되지만 사건의 흐름에 따른 서술로 복잡하지 않았다. 눈앞에서 직접 생생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시각적 묘사가 뛰어났다. 반전은 덤이 아니라 선물이었다. 작품의 중반 이후부터는 정말로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알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살인’에 대한 공포였다. 주인공이 느꼈을 감정이 온전히 나에게도 전이되었다.
오랜 시간 동안 경찰 출입기자로 활동하며 여러 범죄자를 직접 인터뷰했다는 작가의 경험에서 나온 현실감 덕분일 것이다.
어쩌다 보니 바로 전에 읽은 작품이 요시다 슈이치의 [악인]이었다. [악인]이 평범한 사람의 이면을 다룬 작품이라면 마이클 코넬리의 [시인]은 ‘악’ 그 자체에 대해 것이었다. 작가들의 작명 센스가 대단한 것 같다. 작품의 내용과 제목이 참으로 대비적이면서 절묘하기까지 했다. 이 작품의 시인은 평범한 사람이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악인’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P.S: ‘악’의 형체
[귀향] 2016./ 한국/ 조정래 감독
국가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악’그 자체가 작품 전반에 흐른다. 철저히 계획되고 조직된 폭력 집단으로서의 ‘국가’가 얼마나 개개인의 삶을 파괴시키는지 차마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저들’이야말로 ‘달에서 온 사람들’이 만들어낸 집단일 것이다.. 스크린을 보는 내내 죄스러운 것은 내가 이 시대에서 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