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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May 25. 2016

[M.M.C] 12편/무너진 세상에서/데니스 루헤인

현대 미국이라는 나라의 정체성?

    Madam Mystery Cabinet No.12     

                

                WORLD

              GONE BY

                  무너진

                세상에서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현대 ‘미국’이라는 나라의 정체성.

 그것이 형성되는 과정의 한 단면을 신랄하게 보여준다. 웅장하고 비장하며 때로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과장된 모습으로. 그도 그럴 것이 이 작품의 주인공은 폭력 조직(마피아)의 간부이다.


  1940년대. 전 세계가 ‘전쟁’이라는 폭력의 극단적 형태로 몸살을 앓던 시대. 인류 역사상 대량 학살이라는 유래 없는 참상이 벌어지던 시대. 주인공은 국가 간 폭력에는 관심이 없다. 자신과 자신이 속한 조직의 이익을 위해 폭력을 수단으로 삼고 있을 뿐이다.

  주인공은 물론이고 작품 자체가 어깨에 힘이 대단하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단 5분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몸에 완전히 베이지 않으면 한 순간도 버티기 힘들다. 그러나 괜찮다. 세계는 바야흐로 전쟁의 시대이며 사회 질서는 시궁창에 빠졌다. 야만의 시대이며 ‘무너진 세상’이다. 이곳에서 견딜 수 있는 건 자신의 어깨뿐이다. 적어도 소설 속의 주인공과 그의 동료와 적들은 그런 것 같다. 그 힘으로 살아간다. 어깨의 힘이란 다름 아닌 자존심이다. 그것은 일종의 ‘폼’이며 나름의 'rule'이다. 1943년 2차 대전이 한창인 미국 남부에서 ‘마피아’로 살아가는 남자들의 ‘그것’인 것이다.      


  이들의 이런 ‘폼’을 견딜 수만 있다면 작품은 술술 넘어간다. 사건은 벌어지고 주인공과 독자는 함께 사건의 한 가운데로 휩쓸린다. 그래도 가끔 ‘에잇’하는 부분이 있긴 했다. 온몸이 오글거리는 순간이 말이다. 이런 순간을 견디면 1940년대와 이후의 ‘미국’이 보인다.  작가가 1965년생이라 가능한 일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조 커글린의 아버지는 아일랜드계 이민 1세대이며 보스턴 12 지구 경찰서장이다. 그의 큰 형 역시 경찰이며 둘째 형은 검사실의 검사 보이다.(이런 정보는 이 작품의 전작에 있다.) 이쯤 되면 이들은 미국의 제도 사회에 제대로 정착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커글린 가문’ 3부작의 1부인 『운명의 날』 (줄거리 요약본을 찾아보았다.)에서 이들의 정착은 흔들린다. 1919년 보스턴 경찰 파업을 이끄는 주인공이 큰 형이기 때문이다.

  2부인 『리브 바이 나이트: 밤에 살다』에서는 커글린 가의 막내 ‘조 커글린’이 마피아가 되는 과정이 다뤄진다. 이쯤 되면 커글린 가는 이제 제도권 밖으로 튕겨져 나온다.      

 

 그리고 이 작품. 3부작의 3부 『무너진 세상에서』 주인공 ‘조’는 미국에 관심이 없다. 그에게 미국이란 나라는 조국도 뭣도 아니다. 그에게 세상은 무너져 내리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의 아들 토머스는?

  이제 1940년대 이후의 미국 세대를 상징하는 토머스 커글린에게 미국은 조국이다. 조는 충격을 받는다. 조의 아내는 쿠바인이었고 그 때문에 토머스는 ‘흑인’이라는 놀림을 받기도 했다. 조는 토머스에게 조국은 미국이 아니라 쿠바라고 항변한다. 이에 토머스는 말한다.

  “미국은 목숨을 걸 가치가 있어요.”

  놀라서 아무 말도 못 하는 조에게 토머스는 이어서 말한다.

  (작품 속에서 토머스는 곧 10살이 된다고 한다.)

  “누구도 완벽할 수 없어요.”

   라고.

 

  커글린 가문의 3부작은 이 작품에서 막을 내린다.

  아일랜드계 이민 2세대이자 마피아였던 조 커글린은 미국이라는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그가 폭력 조직인 마피아의 간부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쿠바인 아내를 차별하고 여전히 흑인들을 혐오하며 유색인종을 비하하는 미국에 거부감을 느꼈다. 국가 간 이익을 위해 대량살상 무기를 앞세워 벌이는 전쟁에 대해서도 비슷한 감정을 가졌다.

  하지만 미국을 구성하는 정체성의 한 면은 분명 전쟁이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분쟁을 먹고 자라는 나라이다.

  이제 세월이 흘러 흑인이 대통령이 되는 시대가 됐지만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도박을 하고 마약을 팔며 총질을 해대는 마피아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거대한 규모로 도박과 마약과 총으로 국민들의 영혼과 육체를 헤치는 거대 자본이 있다.

 그럼에도 미국은 2차 대전 후에도, 지금까지도  존재한다. 그 안에 사는 사람들 역시 계속 살아가고 있다.  많은 부조리를 안고 있지만 여전히 강대하다. 무시무시한 악덕 속에 작은 정의들이 살아 있기 때문일까? 토머스의 말 대로 ‘목숨을 걸 가치가 있다.’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까?


  '무너진 세상'은 조의 세상일 뿐이다. 토머스의 세상은 시작되고 있다. 한 시대가 끝장나야 또 다른 시대가 열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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