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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Jun 06. 2016

[M.M.C] 13편/더 스토어/벤틀리 리틀

자본의 확장, 호러가 되다.

  Madam Mystery Cabinet No.13

 

    THE STORE

         더  스토어

      벤틀리 리틀∥ 송경아 옮김


이 캐비닛에는 주로 ‘미스터리’ 작품이 담겨있다. 가끔 범위를 확장하기도 하지만 장르가 무엇이든 ‘미스터리함’을 잃지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번 작품은 ‘호러’다.      

 

 제목이 상당히 사회적이었다. [더 스토어] 그래서 책장을 펼치기 전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스토어에서 벌어지는 좀비와의 사투일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하기도 했다. 내 섣부른 짐작은 30페이지를 넘기 전에 무참히 깨졌다.

  “이런, 이것은!”

  칼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 이후 처음이었다.

  자본주의의 적나라한 속살을 이토록 신랄하게 까발릴 수 있을까?

이 작품은 ‘호러’라는 장르의 갑옷을 입고 자본주의의 무자비함을 소름 끼치게 파헤친다.      


 ‘더 스토어’는 미국 전역에 지점을 가지고 있는 대형 마트이다. 케이마트나 월마트 같은 경쟁 업체가 있는 도시를 피해 주로 작은 소읍에 지점을 개설한다. 소읍의 지방정부는 지역 경제 발전이라는 명목 아래 지방 조례를 뜯어고쳐가며 ‘더 스토어’를 유치하기 위해 애쓴다.


 갖은 특혜를 받은 ‘더 스토어’가 마을에 입성하면서 모든 것이 순식간에 변하고 만다. 지역, 공동체, 이웃, 개인의 유대는 산산조각 나고 가장 기본적인 공공서비스마저 ‘더 스토어’에 ‘아웃소싱’ 되고 만다.


  이 작품은 1990년대 쓰였다. 하지만 2016년의 한국 사회의 모습을 고대로 담고 있다. 그래서였다. 소설을 읽는 내내 한기가 들고 오싹했다. 늦은 밤이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심장이 오그라들었다. 서둘러 책장을 덮었다. 그래도 자꾸 신경이 쓰였다. 결국 일어나 책을 들고 방 밖으로 나갔다. 거실에 두고 침실로 돌아왔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그 뿐이었다. 그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더 스토어’는 곳곳에 있었다. 어쩌면 내 안에도 있을지 몰랐다. 아니다.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에 태어나 뼛속까지 자본주의적인 내 안에 ‘더 스토어’가 있는 것은 당연했다.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는 순간, 반성을 잊는 순간, 비판의 날을 거두는 순간 ‘더 스토어’는 뿌리를 내릴 것이다. 비록 흔들리고 휘청거릴지라도 마지막까지 저항하는 법을 잊지 않도록. 주인공 빌이 그랬던 것처럼. 상처 입고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더라도 생각하는 힘을 잃지 않도록.

  

  폭풍처럼 휘몰아치던 이야기가 끝에서 살짝 힘을 잃긴 했지만 굉장했다.


 “‘기업 파시즘’? 더 스토어는 오히려 기업 흡혈귀 같아. 이 읍을 바싹 마르게 빨아먹으면서 그걸로 더 강해지고 있어.”

     - [더 스토어] 본문 중에서 p345

 ‘시민 사회에서 자본은 자립적이고 인격적인 반면, 활동하는 개인은 비자립적이고 비인격적이다.’

  

      -  카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공산당 선언] 중에서

           p35/이진우 옮김/ 2002년 책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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