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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Aug 02. 2016

[M.M.C] 21편/눈알수집가/제바스티안 피체크

 Madam Mystery Cabinet No. 21     

       눈알수집가

  제바스티안 피체크 사이코스릴러∥ 장수미 옮김        

 


    맺음말로 시작되는 이야기.

  주인공 ‘알렉산더 초르바흐’는 이 이야기를 더 이상 읽지 말라고 권고한다. 이 끔찍한 기록이 누구의 손에도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강변한다. 그렇다고 책을 덮을 독자가 있을까?

  제목부터 께름칙하다. (표지 디자인은 마주칠 때마다 섬뜩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A4지로 대충 표지를 싼 후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굳이 ‘사이코스릴러’라고 하지 않아도 보는 순간 ‘사이코’가 떠오르는 제목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독자가 있을까? 게다가 지금은 한 밤에도 29도를 웃도는 열대야가 아닌가!

 


   ‘폭염’과 ‘열대야’ 그리고 ‘사이코스릴러’는 결코 좋은 조합이 아니었다.

  책을 덮고 알렉산더의 피맺힌 절규를 뒤로 하는 순간, 평균 체온은 떨어졌을지 모르지만 식은땀이 흘렀다. 축축하고 기분 나쁜 땀.

 

  알렉산더를 둘러싼 이 비극은 그리스 고전 비극과 다르지 않았다.

그리스 비극은  대부분 당혹스러운 신탁으로 시작된다. 신탁이란 미래에 벌어질 일이다. 주인공들은 신탁을 제대로 따르지 않는다. 아니 그럴 수가 없다. 신탁은 거의 죽음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내가 죽느냐 아니면 친족을 죽이느냐.

  그리하여 비극은 주인공들의 운명을 산산조각 내버린다. 여기서 드는 의문점.

  주인공은 신탁을 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되도록 움직인 것일까? 아니면 신탁대로 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신탁이기 때문에 바꿀 수 없었던 것일까?

 

   눈먼 물리치료사 알리나 그레고리에프는 과거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지만 가끔 그런 일이 생긴다고. 알렉산더는 알리나와 함께 눈알수집가를 쫓는다. 눈알수집가가 정해둔 제한시간은 끊임없이 흐르고 이들은 시간 내에 아이들을 찾을 수 있을까? 게다가 알렉산더는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야기가 절정을 지나 결말로 치달을 무렵. 주인공 알렉산더와 함께 독자들은 알리나의 말이 신탁임을 깨닫게 된다. 순간 알렉산더의 이야기는 필연적으로 비극이 된다.


그 역시 신탁을 들었기 때문에 마지막 장면을 맞닥뜨린 것일까? 아니면 신탁이기 때문에 어차피 그대로 될 운명이었을까?


   눈알수집가는 말한다. 우연일 수도, 운명일 수도 있다고.      

 


   반전이 거듭된 가운데 눈알수집가의 정체가 드러난다. 주인공이 밝혀낸 것은 아니다. 눈알수집가 본인이 친절하게도 편지를 보내 자신의 이야기를 구구절절하게 늘어놓는다.

  그는 줄곧 ‘억울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은 냉혹했고 참담했다. 자신은 이제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신이 처했던 환경을 재현시키고 있다. 다만 실험에 참가한(본인들은 전혀 모르고 있다.) 사람들에게는 기회를 준다. 게임의 규칙을 정하고 자신의 아이를 살릴 수 있는 제한 시간을 남겼다. 이 미친 작자는 자신의 억울함을 풀 대상을 잘못 골랐다. 자신에게 상처를 준 상대 대신 불특정 다수에게 화풀이를 하는 셈이다. 그래서 사이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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