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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Aug 05. 2016

[달.쓰.반] 28편/ 백남준쇼@ DDP

전시회, 비디오 아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디자인 배움터 

가끔은 달콤하고, 때로는 쓰디쓴, 장르 불문, 반전 있는 금요일의 리뷰 No.28


백남준 10주기 특별 전시회에 다녀왔다. 백남준쇼는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오는 10월 30일까지 열린다. 전시회 내부는

세계적인 비디오 아트 작가의 작품을 보러 온 사람들로 붐볐으며 외국인들도 많았다. 

백남준(1932-2006년)은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로 20세기 문화의 대표적인 아이콘으로 불린다.

일본에서 미술사와 미학, 음악학, 작곡 등을 공부했으며 1956년에는 독일로 유학을 떠나 현대 음악을 

전공했다. 이후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미술, 철학, 첨단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행위 예술과 공연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백남준은 TV와 비디오,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조각, 페인트, 드로잉, 퍼포먼스, 설치 등 미술의 다양한 장르에 접목시켜 예술 영역을 대폭 확장시킨 전방위 예술가였다. 

백남준쇼는 모두 5개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술은 사기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던 백남준.

그 말은 진정 어떤 뜻이었을까 하는 궁금증을 안고 5개의 방을 돌아보았다. 1번 방의 주제는 "희망"

백남준의 <다비드> 


1989년 프랑스 정부는 혁명 200주년을 맞아 백남준에게 작품을 의뢰하였다.

이에 백남준은 TV 로봇 연작을 제작한다.  백남준은 프랑스 혁명과 연관 깊은

8명의 인물인 '마라', '루소', '구주',  '당통', '로베스피에르','디드로','다비드'

'볼테르'를 선정하여 로봇으로 재탄생시켰다.  


백남준쇼에서는 이중 <마라>와 <다비드>를

볼 수 있다.  백남준은 작품의 몸통에 인물을 상징하는 문구를 직접 쓰기도 했다.


<다비드>에는 "문화혁명은 예술혁명을 전제로 한다",

<마라>에는 "암살"

<로베스피에르에>는 "혁명은 폭력을 정당화 하느냐"

<볼테르>에는 "이성과 자유"

<구주>에는 "프랑스 여성"


등등의 문구를 썼다고 한다.


<다비드>는 프랑스 신고전주의 화가이자 열렬한 혁명 지지자였던 자크 루이 다비드를

모티프로 하여 만들어진 작품이다. 14대의 구형 TV모니터와 라디오 케이스로 구성된 로봇의 몸통엔

다비드의 회화 작품으로 유명한 <마라의 죽음>(1793년)이 콜라주 되어 있다. 

회화 <마라의 죽음>은 김영하의 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의 서두에도 나온다.


프랑스 혁명 당시 마라의 죽음이 불러온 파장은 배우 컸고, 마라의 절친이었던 다비드는

친구를 추모하는 그림을 남겼다. 백남준은 친구의 죽음을 슬퍼하며 

세기의 걸작을 남긴 화가 다비드를 모티프로 하여 작품을 제작하였다.


2번방의 주제는 노스탤지어. 백남준 작가의 드로잉이나 오브제 등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3번방의 주제는 사랑.

3번 방에 들어서면 화려한 샹들리에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TV 샹들리에>는 샹들리에의 로맨틱한 요소와 담쟁의 넝쿨의 자연친화적인 요소를

결합하여 사랑의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표현한 작품이다. 

<TV 첼로>는 TV 3대를 이용해 첼로의 몸통을 만들고, 원래의 음 대신 전자 음악이 흘러나오도록

제작된 작품이다. 백남준의 퍼포먼스 파트너인 첼리스트 샬롯 무어를 위해 만들어진 작품으로 

음악과 미술의 결합으로 주목을 받았다.

화면 속 영상의 크기는 첼로 연주의 크기에 따라 커졌다 작아진다.

5번방의 주제는 이상. 

5번방의 중앙을 차지하는 <거북>은 166개의 TV 모니터를 사용한 작품이다.

가로 10미터, 세로 6미터, 높이 1.5미터에 이르는 초대형 비디오 설치 작품으로 

백남준의 예술 세계 정수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거북은 백남준의 작업에도 자주 등장하는 모티브로 

백남준은 우리나라의 영웅 이순신을 떠올리며 이 작품을 제작했다고 한다.

실제로 영상에서 거북선의 화면을 볼 수 있다.


백남준은 한 인터뷰에서  예술가들이 진지한 표정을 내세워 독자들을 눈속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참여와 소통이 없는 예술적 실천은 예술의 독재 또는 독백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가 말한 사기는 에고(ego)의 예술이다.
지금도 폼잡는 예술은 하고 싶지 않다. 

민주주의는 말대꾸 하는 것이다.


1984년, 새해 첫날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위성에 쏘아올린 백남준. 

그는 빅브라더가 너희를 감시할 것이라는 조지오웰의 예언에 

그것이 틀렸다고 예술로 반론하였다. 


그는 미디어는 감시의 도구가 아니라 소통의 다리가 될 것이라고 말하였다.


백남준 쇼를 감상하면서 예술의 경계를 구분짓는다는 것은 매우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남준의 이 고백을 떠올리며 전시회장을 나왔다. 


TV 화면을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정교하며, 파블로 피카소처럼 자유롭고, 오귀스트 르누아르처럼 다채롭고, 피터르 몬드리안처럼 심오하고, 잭슨 폴록처럼 격정적이고, 재스퍼 존스처럼 서정적인 캔버스로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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