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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Aug 08. 2016

[책을 빌리다] 5편. 계속해보겠습니다

계속해보겠습니다/ 황정은/ 창비

우리 동네 도서관에서는 어떤 책이 인기가 있을까?

도서관 대출베스트에 속한 책을 읽는, 월요일의 리뷰


<계속해보겠습니다>는 2016년 7월 한달동안 광진구립도서관, 중랑구립도서관 등의 도서관에서 이용자들이 많이 대출한 책입니다.


바로 지난 리뷰에 올린 <오베라는 남자>와는 다른 느낌의 소설이었다.

당시, 오베라는 남자를 읽으면서 표현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아무래도 외국작가의 번역된 소설이기때문에 어쩔수 없는 부분이라고 남겼다.


반면, <계속해보겠습니다>는 우리나라 작가가 쓴 소설이다.

그렇기에 좋은 표현과 문장들이 많았다.


뭘 하며 걸었어?

라고 내가 물은 적이 있었다.

애자는 한참 생각에 잠겨 있다가 이야기했지, 라고 대답했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어느 것 하나 기억나는 것은 없지만 끝없이, 끝없이 이야기를 하며 걸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하고도 기억나는 것이 없느냐고 재차 묻자 그건 말이지, 라고 애자는 말했다.

너무 소중하게 너무 열심히 들어서 기억에 남지 않고 몸이 되어버린 거야.

몸?

들었다기보다는 먹은 거야. 기억에도 남지 않을 정도로 남김없이 먹고 마셔서, 일체가 되어버린 거야. (9쪽)


나나와 나는 소중하게 그것을 먹었다. 성장기였으므로 그 밥을 먹고 뼈가 자랐을 것이다. 뼈에도 나이테라는 것이 있다면 나기네 밥을 먹고 자란 시절의 테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뭐랄까, 나기와 나나와 나는 말하자면, 한뿌리에서 자란 감자처럼 양분을 공유한 사이, 라고 말할 수 있을까. (40~41쪽)


차분한 어조와 입에 착착 감기는 단어를 잘 사용하고 있었다.

주인공들의 이름인 소라, 나나, 나기, 애자 역시 캐릭터를 함축적으로 그려내주고 있다.


애자는 사랑(愛)이라는 뜻에 걸맞게 남편 금주가 죽자 삶을 놓아버린다.

소라와 나나를 방관하고, 두 자매는 나기의 어머니 순자씨에게서 잃어버린 가족의 모습을 찾는다.


가족.

소설 속에서 가족에 대한 여러 시선이 나온다.

기계에 상체가 갈려 죽게된 금주와 그 죽음으로 인해 무너진 소라와 나나의 가족.

반면 나기의 아버지도 일을 하다 죽음을 맞이하지만 나기의 가족은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았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소라, 나나, 나기는 불안정한 가정에서 성장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겪게되는 일들로 인해 가족에 대해 냉소적인 모습을 띤다.


그러나 편부모이기 때문에 불안정한 가족은 아니다.

부모님과 자녀로 이루어진 일반적인 가족인 모세의 가족또한 정상적인 모습으로 그려지지는 않는다.

나나는 모세의 집에서 요강을 발견하게 되는데 

모세아버지가 쓰는 요강이고 모세어머니가 요강을 치운다고 한다.

나나는 화장실이 있는데 요강을 쓰는 것과, 자신의 배설물을 타인이 처리를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모세는 '가족'이라는 명분하에 이를 아무 문제 없는 것으로 만든다.

과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나나는 결국 모세와 헤어져 혼자 아이를 키우기로 결심한다.


작가는 마지막에 소라, 나나, 나기, 순자씨와 함께 만두를 빚는데

이 모습을 통해 진정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나나의 아기는 어떠한 삶을 살게 될 것인가.

소라와 나나가 살았던 삶처럼 방치된 삶을 살 수도 있고

나기의 삶처럼 사회에서 외면받는 삶을 살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보겠다'고 말한다.


정말 맛있었지.

특별하게 화려한 반찬도 없었는데.

도대체 비결이 뭐냐고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순자씨는 나를 한번 쓱 바라보더니 연륜, 이라고 대답했다. 나이를 말하는 거냐고 묻자 단순하게 그런 것은 아니라고 그녀는 말했다.

새끼를 먹여본 손맛이지. (43쪽)


삶은 어떻게든 이어지기 마련이다.


간장을 싫어하는 부족

간장을 좋아하는 부족

간장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은 부족이

함께 간장으로 된 음식을 먹는 것처럼.

자신만 아프다고 여기던 나나가 다른 이들의 아픔을 생각하기 시작한 것처럼.


이 소설은 처음에는 속도감있게 읽히지 않는다.

작가만의 특유의 표현들이 장점인 동시에 단점으로 작용해서

흡인력이 다소 떨어진다.

하지만, 한장 두장 차분히 읽어나가면 

소라, 나나, 나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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