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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Aug 09. 2016

[M.M.C] 22편/레드브레스트/요  네스뵈

 Madam Mystery Cabinet No.22     


     레드브레스트

     THE REDBREAST

    요 네스뵈 장편소설∥ 노진선 옮김      

 

- 오슬로 3부작 첫 번째 이야기/ 백색의 공포     

 


 어려웠다. 생소함은 기본이고 발음은 난감했다.

‘노르웨이의 지명과 인명’ 이야기다. 내가 아는 것이라곤 ‘오슬로’와 ‘피오르’ 정도였다. 북유럽은 정말이지 낯설었다.

  작품은 1999년~2000년 현재와, 1942년~1944년 과거가 교차되며 전개된다.

1999년이야 그렇다 치고 1944년의 노르웨이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2차 대전 중 유럽. 독일을 중심으로 영국, 프랑스, 러시아의 상황 정도를 대충 알 뿐이었다. 노르웨이라니. 당시 유럽 대부분이 독일에 점령되었으니 노르웨이도 그럴 것이라는 정도. 빈약한 역사 지식을 가진 나에게 이 작품에 등장한 1942년 레닌그라드 장면은 낯설었다. 왜 노르웨이 출신 젊은이들이 총을 들고 소련군과 싸우고 있을까? 독일 점령 하에 강제 동원된 것일까? 이런 예상은 다음 장면에서 무너졌다. 어려운 발음의 이름을 가진 젊은이들은 바펜SS (나치의 무장 친위대. 히틀러 직속의 비정규군.)에 자원입대한 것이었다.      

 

 식민지 경험과 2차 대전 중의 강제 징병, 징용, 정신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겪은 한반도. 이곳에서 태어나 자란 나는 곧 이 작품 속으로  빠져들었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그리고 나치즘.

  작품을 읽는 내내 나는 객관적이 될 수 없었다. 이념 때문에 분단과 내전을 겪은 우리의 뼈아픈 역사와 현실이 그대로 와 닿았기 때문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전후 이루어진 노르웨이의 전범 재판. 좌절된 우리의 친일파 청산.

구체적 상황은 다르지만 전쟁과 역사 속에서 왜곡되고 일그러진 개인의 삶은 두 사회 모두 닮아 있었다.

 

 이 작품은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의 3편이면서 일명 ‘오슬로 3부작’의 시작이다.

 개인적으로 주인공 이름이 ‘해리’인 것이 고마웠다. 쉽고 익숙했기 때문이다. 마이클 코넬리의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때문만은 아니다. 구드브란이나 할보르센이었다면? 몰입이 조금 더 어려웠으리라.

 

  해리는 이 작품에서 경위로 승진한다.

  미국 대통령 방문에 맞춰 거리 경호에 차출되었다가 미국 측의 비밀 요원을 향해 총을 쏜 덕분이다. 미국과 노르웨이 정부는 서로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길 원하지 않았다. 해리는 경찰청 대신 국가안보국으로 출근하게 된다. 복도 맨 끝, 사람들의 눈에 거의 띠지 않는 곳이 해리의 사무실이다. 상관이 해리에게 맡긴 임무는? 독립 기념일인 5월 17일에 신나치주의자들이 오슬로의 여러 모스크 앞에서 소동을 일으킬 계획(‘이드’라는 이슬람의 축제가 노르웨이의 독립 기념일과 겹쳤다. 신나치주의자들은 5월 17일에 노르웨이의 독립 말고 다른 것을 축하하는 것은 그들을 받아준 노르웨이에 대한 모욕이라고 주장.)이다. 이 일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해리는 자신의 사무실에 도착한 각 지방 정보국의 보고서 중 하나에 끌렸다. 해리가 1942년 레닌그라드 전투에 참전한 바 펜 SS 출신의 노르웨이 젊은이와 만나는 접점의 시작이다.      

 


  노르웨이의 시골 출신 젊은이들이 어떻게 히틀러에게 끌렸는지. 노르웨이가 독일군의 수중에 들어가자 국왕이 제일 먼저 한 일이 무엇인지.(국왕을 비롯한 왕실은 영국으로 망명했다. 자동적으로 임진왜란 당시 선조의 피난 혹은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이 한강 다리를 폭파하고 부산으로 떠난 일이 연상되었다.)  

 

 우리에겐 다소 낯선 북유럽. 그리고 히틀러가 남긴 어두운 흔적. 그들에겐 아직도 현실인 신나치주의와 인종주의. 일그러진 현대사의 아픈 흔적들.  주인공 해리 홀레 형사는 이들과 직접 부대끼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헤그데헤우그스바이엔 가’ ‘뷔그되위 알레 김레 극장’과 같은 혀 꼬이는 명칭과는 다르게 결코 남의 일 같지 않은 이야기가 약 700페이지에 걸쳐 펼쳐진다.

  독자는 알지만 주인공은 모르는 범인이 마지막까지 밝혀지지 않고 나는 시리즈의 다음 편을 구하러 슬리퍼 바람으로 도서관으로 향했다.

  『네메시스 : 복수의 여신』 과 『데빌스스타』 두 권을 손에 넣었다.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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