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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Aug 19. 2016

[달쓰반] 31편/손은영 피아노 독주회

클래식 음악회, 피아노 독주회, 피아노로 듣는 방직공장 노동자의 애환 

가끔은 달콤하고, 때로는 쓰디쓴, 장르 불문, 반전 있는 금요일의 리뷰 No.31

지난 주말 저녁, 금호아트홀(광화문)에서 열리는 피아노 독주회에 갈 기회가 생겼다.

피아니스트 손은영씨의 독주회였다.

국내 연주자의 음악회는 정명훈씨가 지휘하는 

서울 시향의 공연밖에는 가본 적이 없어서 

조금 걱정이 되었다. 연주회의 기본 에티켓도 잘 모르니까 말이다.


(가령, 악장과 악장 사이에는 박수를 치면 안 된다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이다. 

금호아트홀에서는 악장과 악장 사이의 박수는 

연주자의 몰입을 방해할 수 있으니 

자제해달라는 사전 안내방송을 했다)


게다가 나는 피아노 머글(관련 분야의 문외한)인지라

한번이라도 들어본 피아니스트의 이름이라고는 


(어릴 때 동네에 있던 피아노 학원을 다니긴 했는데,

연습 제대로 안 하고 놀다가,

선생님한테 혼났던 기억과

하농 연주곡은 왜 이렇게 손가락이 아픈가!

라고 투덜거렸던 일밖에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하농에 비하면 그래도 체르니는 손가락 중노동이 아니었다.

생일 선물로 삼익 피아노를 사주었던 엄마는 

몇년 뒤 더 가치있게 쓰일 수 있는 곳에 가라며, 피아노를 교회에 기증했다.)

우리집에 있어봤자 너는 고물밖에 안된다면서

그렇게 나는 피아노와 멀어져갔다)


국내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소개되는 

랑랑, 윤디 리, 막심 므라비차, 백건우, 

그리고 작년 쇼팽 콩쿨의 우승자로

유명해진 조성진 등 몇 명뿐이다. 


이들 중 직접 연주를 들어본 것은 막심 므라비차뿐이다. 

몇년 전에 막심 므라비차의 리사이틀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워낙 유명한 <왕벌의 비행> 빼고,

아는 곡은 별로 없었다. 


이런 내가, 

혹시나 피아노 연주를 들으면서 졸지는 않을까,

우려스러운 마음에 프로그램을 들여다보았는데

역시나 ‘슈만’의 이름 밖에는 모르겠다.


1. 프레더릭 제프스키의 발라드 4번 Winnsboro cotton Mill Blues

2. 이영조의 ‘한국춤’ ‘사랑가’ ‘농무’, 

3. 슈만의 ‘어린이 정경 Op.15’ 

4. 슈만의 ‘피아노 소나타 2번 g단조 Op.22’


프로그램 순서는 위와 같이 구성되어 있다.



공연이 시작되고, 

순백색의 하얀 드레스를 입은

피아니스트 손은영씨가 금호아트홀의 중앙에 놓인 

스타인웨이 피아노 앞으로 걸어 나왔다. 


첫 번째 곡은 프레드릭 제프스키의 

“윈스보로 방직공장의 블루스”


처음 들어보는 곡인데,

매우 집중해서 듣게 되었다. 

피아니스트는 건반을 힘차게 누르며 방직공장의 기계음을 묘사했다.

피아노 소리는 격렬하면서도 역동적이었다.


프로그램북 설명을 보니,

이 곡은 노동운동과 관련된 민중가요에서 

힌트를 얻어 작곡했다는 설명이 있었다. 

피아노로 듣는 노동자들의 애환이라니!


최근 우리 근현대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조선방직에 대한 자료를 

읽은 적이 있어서 더욱 주의 깊게 듣게 되었다.


조선방직은 일제강점기에도 수차례 파업이 일어나는 등

우리 근, 현대 노동쟁의 역사에서도

큰 의미를 갖고 있는 곳이다. 

그곳에 다니던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피아노로 친다면 저런 느낌일까? 


지금까지 피아노는 왠지 상류층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던 탓인지

결속과 연대를 강조하는 노동운동을 

표현했다는 이 곡이 매우 신선하게 들렸다. 


다음 곡은 이영조의 한국춤이었다.

사랑춤과 농무, 궁중무, 승무 등 한국의 전통무에서 

소재를 가져온 곡으로 피아노로 듣는 

한국의 전통 음악이 인상적이었다. 


15분의 인터미션 후

2부에서는 슈만의 곡이 연주되었다.


슈만의 곡은 그동안 여러 매체에서 들어본 적이 있었던 터라 

보다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하여 

만화와 드라마로 제작 된

<노다메 칸다빌레>를 열심히 보긴 했지만


솔직히, 나 같은 경우 클래식 음악은 

바닥 청소할 때 노동요로 틀어놓거나 

혹은 완전히 열 받았을 때 

심신의 안정을 위해 잠깐 틀어놓는 정도이다.


그래서 피아니스트마다 연주곡의 해석이 다르다는데,

어떻게 다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 이유로 피아니스트 손은영씨의 

슈만의 피아노 소타나 연주 중 

어떤 점이 좋았고,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할 수가 없다. 

그러나 손은영씨가 연주하는 

프레드릭 제프스키의 <윈스보로 방직공장의 블루스>는

큰 인상을 남겼다. 


집에 돌아와서 원곡은 어떠한지 궁금해서 

유튜브에 검색해보기도 했다.   


우연히 가게 된 피아노 독주회에서,

뜻밖의 곡을 만나고

그 매력에 대해 빠지게 되는 것, 

그것만으로도 1시간 20분의 가치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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