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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Aug 19. 2016

[달쓰반]32편/최현우매직컬
<더 셜록>(강력스포)

<더 셜록: 그래비티 503>, 뮤지컬과 마술쇼의 콜라보, 뮤지컬 매직쇼

가끔은 달콤하고, 때로는 쓰디쓴, 장르 불문, 반전 있는 금요일의 리뷰 No.32


※ 주의: 이 리뷰에는 최현우 매직컬 <더 셜록:그래비티 503>의 

강력 스포일러(범인의 정체 포함)가 있습니다. 


오는 8월 28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되는 

최현우 매직컬 <더 셜록: GRAVITY 503>을 관람하고 왔다. 


어릴적 엄마, 아빠를 따라 

사자가 불구덩이를 탈출하는 쇼를 펼치는

천막 서커스 공연을

본 적은 있지만, 

TV나 영화말고 공연장에서 마술쇼를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다.


아, 마술과 서커스는 장르 자체가 다른가?

서커스는 인간의 신체 활용을 극대화하고,

마술은 심리에 좀 더 집중을 하는 장르인가?

일단, 공연을 보고 판단하기로 했다.

관람일은  8월15일(월) 오후 2시.

가족 단위의 관람객이 많았다.


최현우씨는 초딩들이 제일 무섭다면서도,

공연 중반부, 무대에 일곱살 어린 아이를 올라오게 해서

신발이 깜짝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게 하는

마술을 선보였다.



내가 앉은 좌석은 2층 S열(1열)의 중앙이었는데,

광림아트센터(압구정 광림교회 8-9층) 

치킨홀(-이 공연장은 발음하기 힘들어서 이렇게들 부르기도 한다)은

다른 공연장에 비해서는 비교적 2층의 시야가 좋은 편이다.


하지만 2층의 1열은 난간 때문에 시야 방해가 좀 있다.

공연이 시작되면, 난간이 어느 정도 내려가기는 하지만,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라서 무대 일부가 가려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도 1열이기 때문에 무대에서 조명을 쏴주면, 

마술사를 포함한 배우들의 이목구비는 그럭저럭 잘 보이는 편이다.

그리고 2층의 특성상, 무대를 한번에 조망할 수 있다.)


마술쇼는 배우들의 표정 연기를 감상하는 

연극이나 뮤지컬 공연은 아니기에,

굳이 1층에서 볼 필요는 없겠다 생각했었는데

<더 셜록>은 뮤지컬 형식이 가미된 마술쇼인데다가

관객 참여가 굉장히 높은 공연이었다.


2층 객석에 있는 사람들은 공연장 특성상 

직접 참여하기는 힘들다. 

마술사와 조수들은 1층 객석에

자주 내려가는 편인데, 

2층 객석의 사람들을 위해서  

무대 좌우에 2개의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다.


더 셜록은  “매직컬”이라는 이름이 붙은 공연답게

오프닝과 엔딩까지

범인 “제이슨” 역할을 맡은 배우의 노래가

막간에 계속 이어진다.

맛보기로만 뮤지컬을 보여주는 게 아니었다. 


마술사와 배우들의 디테일한 표정 연기까지 감상하고 싶다면

2층보다는 1층 객석(앞쪽!)이 나을 것이다.


<더 셜록>은 마술사 최현우가 

런던의 셜록 홈즈가 되어 범인 제이슨이 누구일까를 

추리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관객들은 런던 시민이 되어

셜록 홈즈의 추리에 동참하게 된다.


모든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마술은 범인의 정체를 추리 할 수 있는

카드 마술이다.


이 마술은  영화 <나우유씨미>에서

스크린으로 보기만 했을 때도

꽤 신기했었다.

내가 마음속으로 뽑았던 카드가 스크린 속

빌딩 위에 떴을 때의 놀라움이란.

그런데  <더 셜록>에서는 

내가 직접 실물 카드를 섞고 뽑을 수 있어서

더욱 흥미있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매표소에서 얇은 종이 형태의 카드를 나눠준다.

공연 중반부에 셜록이 관객들에게

카드를 꺼내라고 할 때까지는임의대로 찢으면 안 된다.


셜록의 지시대로 

1,2층 객석에 앉은 모든 관객들이

카드를 섞기 시작하고, 드디어 

범인을 찾을 단서가 되는 한 장의 종이가 

관객들의 손에 쥐어진다.


8월15일 공연의 다잉 메시지 카드는

에오스. 

모든 관객들의 손에는 똑같은 카드가 있다.

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셜록은 이 단서를 가지고,

관객들의 도움으로 추리를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최현우씨는 여러 가지 마술을 선보인다.

그 중 여러 형태로 선보이는 탈출 마술이 백미다. 

하긴, 이미 오프닝 무대에서 

사람의 목이 댕강 사라지는 마술을 선보이지 않았는가!


공연 시작 전 안내멘트에서 

“여러분, 저는 없애는 게 특기입니다”

라고 말한 것이 생각났다.


카드 비밀번호 16자리를 맞추는 마술도 신기했다.

이 마술은 어떻게 한 건지 정말 궁금했다.

옆에 있는 오빠는 알 길이 없으니 물어보지 말라는 

최현우씨의 입담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다. 


언젠가 인터뷰에서 최현우씨가 

마술은 관객들과의 심리싸움이라고 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공연을 보니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것 같다.

순발력이 없다면, 인터미션 없이 120분이나 되는

긴 시간을 끌어나가기 힘들 것 같다.


관객들이 언제나 마술사의 의도대로

대답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현우씨는 예상외 답변에도 

노련하게 쇼를 이끌어나가고, 

(아마도 여러 버전의 대본을 준비했으리라 추측되는 대목이다)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의 몰입도는 점점 높아진다.


“여러분, 어떻게 한 것인지 
옆 사람과 의논하지 마세요. 의심하지 마세요.” 


마술사는 쇼의 트릭에 대해 분석하려하지 말고,

공연의 스토리에 집중할 것을 거듭 당부한다. 


모든 무대에는 분명히 비밀이 숨어있겠지만,

공연이 진행될수록

굳이 그것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설령 그것을 어쩌다 알게 되었다한들,

빠른 시간에 환상적인 무대를 선보이는

마술사의 노력을 깎아내릴 필요가 있겠는가. 


공연을 보기 전에는 왜 굳이 마술쇼에 뮤지컬 요소를 도입했을까,

라는 생각도 하긴 했다.


모자 마술 같은 것만 계속 보여줘도 신기할 텐데,

뮤지컬에 할애할 시간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셜록의 모든 사건 현장을 쫓아다니며 보도 하던 BBC 기자가

사실은, 범인 제이슨!이었다는 반전에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마술 퍼포먼스에 집중하느라 공연의 스토리적인 면은 

전혀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그제서야 이 공연이 마술뿐만 아니라 

노래와 연출 등 뮤지컬적인 요소도 제대로 준비하려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했던 마술쇼는

마술사의 모자에서 비둘기나 토끼가 나오고, 그런 것이었는데

<더 셜록>에서 그런 (동물이 나오는) 마술은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공중으로 날아오르던 무중력 우주선이 갑자기 허공에서 

사라지는 엔딩 무대의 

일루전 매직(인체 분리, 탈출 마술, 공중 부양 등의 환상적인 장면이 주가 되는 마술)은

매우 환상적이었고,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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