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Layers Classic
여름부터 아이들과 크리스마스트리를 직접
만들기 위해 두루마리 화장지 심을 모았다.
D-day! 크리스마스 한 달 전, 11월 25일 토요일
아이들과 휴지심 하나씩 아크릴물감으로
색칠하기 시작했다. 저녁 무렵에야 예술혼을
불태우는 붓질이 끝났고 거실바닥에
알록달록해진 휴지심들을 세워 놓았다.
도미도 처럼 나란히 바닥을 채운 작품을 보며
우리는 뿌듯해했다. 내일이면 휴지심을 길게
연결해서 천정부터 내려오는 근사한 트리를
완성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며 테이블을 정리했다.
일요일 오후 휴지심을 하나씩 실로 연결해서
천정에 고정하려고 의자에 올라서는 순간
‘아 잠깐 제법 무거운걸?!’
기다란 휴지심들의 무게가 느껴졌다.
겨우 천정에 매달았지만 길고 대롱거리는 트리는
오래가지 못해 바닥으로 뚝 떨어졌다.
여름부터 계획한 크리스마스트리는 미완성으로,
거실 벽면엔 몇 년 전 모던하우스에서 구매한
패브릭 트리가 자리를 잡았다.
색칠하며 즐거웠잖아하고 위로했지만 아쉬움이 컸다.
다시 무언가를 만들기엔 에너지가 바닥이었다.
아이들과 올해 크리스마스에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했다.
둘째가 오렌지 베이커리에서 읽은 에피소드를
따라 해 보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우리 집 꼬맹이 셋은
12월 1일부터 초콜릿 스물네 개를 침대가에 두고
매. 일. 하. 나. 씩 먹고 있다.
초콜릿을 다 먹는 날,
그날은 선물을 받는 크리스마스이브가 된다.
아이들은 착실히 매일 아침 눈 뜨자마자
초콜릿을 먹는다.
(영양제도 이렇게 먹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엄마의 욕심은 마음속에 꾹 담아두는 걸로)
무언가 손꼽아 기다리는 일은 설레다.
반복되는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초콜릿 24개는 충치 걱정은 뒤로 미루게 하는,
달콤한 설렘을 우리 가족에게 선물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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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ers Classic
♪ Waltz For Christmas
♪ Bol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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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는 날, 산타엄마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