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쌉싸름, 새콤한 댕유지차
올 겨울은 잘 넘어가는가 했는데 방심은 금물이다.
폭설과 함께한 둘째의 독감,
그리고 12월 말 막내의 독감이 이어지고 있다.
새벽녘 아픈 아이는 열이 올라 잠을 못 잔다.
곁에서 이마에 물수건을 올려주고 등을 쓰다듬어준다.
엄마가 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스스로 아픈 시간을 통과해야 나을 수 있는 독감
다행인 건 치료약이 있고 일주일정도면
큰 아픔이 사라진다는 것
아픈 아이를 보는 건 아이가 작은 아기일 때도
아홉 살의 제법 의젓한 어린이 일 때도 힘들다.
아이와 함께 침대에 누워
오늘은 온몸이 뜨겁고 머리가 어지러워
앉을 수 없을 만큼 힘들지만
내일은 조금 나아질 거야.
그리고 또 내일은 더 나아져서
오일 뒤면 학교에 갈 수 있어. 하고
말해준다.
(대신 약은 잘 먹어야 해.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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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마음이 아픈 엄마는 무얼 먹으면 나아질까
오늘 힘든 마음은 내일이면 무뎌지고
또 내일이면 더 희미해지겠지
독감이 한때 지나가는 아픔인 것처럼
타미플루 대신 유자차를 만들어 따뜻하게 마셔볼까.
막내가 먹고 싶다는 백숙을 보글보글 끓이며
제주에서만 나는 댕유지로 차를 만든다.
깨끗하게 씻은 댕유지의 과피를 얇게
벗겨내서 가늘게 채 썬다.
흙생강도 씻어서 곱게 채 썬다.
유리병에 채 썬 노란 댕유지 과피와
생강을 담고 남겨두었던 과육을 손으로
꾹 짜서 과즙을 섞어준다.
쌉싸래하고 새콤한 향이 코에 닿는다.
마무리는 유리병에 꿀을 가득 붓고 뚜껑을 닫는다.
이틀뒤면 마실 수 있을까?
따뜻한 차를 마시면 막내 감기도
엄마의 아픈 마음도 낫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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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월 이십칠일 유자향 가득한, 부엌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