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날 붉은 팥죽
자기 전 동화책을 읽는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에는 팥이 자주 등장한다.
이 신묘한 곡식은 곧잘 호랑이와 도깨비를 무찌른다.
겁이 많은 막내는 그래서 팥을 좋아한다.
나와 둘째는 맛있어서 팥을 좋아한다.
첫째는 '단'팥이면 좋아한다.
그래서 동지(冬至)는 꼭 챙기게 된다.
추운 겨울, 아이들과 나의 따뜻한 기념일인 것이다.
동지팥죽 만들기
전날 저녁에 팥은 미리 불려둔다.
밤은 껍질을 벗겨 밤조림을 만들어 두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팥을 삶기 시작한다.
그러고 찹쌀 1/2컵, 맵쌀 1/2컵을 물에 불린다.
팥을 끓인 첫물은 버린다.
쌀뜨물을 다시 냄비에 부어주고, 팥을 삶는다.
팥알이 부드럽게 뭉개지면 소금 작은 반티스푼 넣고
찹쌀과 맵쌀을 추가한다.
시간을 두어 뭉근한 불로 푹 끓여준다.
중간중간 냄비 바닥까지 나무 숟가락으로 저어준다.
팥죽은
예부터 도깨비, 두꺼비, 호랑이를 시작으로
아이들과 나의 추억까지 담긴
이야기 주머니 같은 음식이다.
이야기가 있는 음식은 더 맛있다.
얘들아 밤이긴 동짓날 붉은 팥죽을 먹으면
나쁜 기운이 사라진데
있잖아 도깨비 봤지?
붉은팥이 무서워서 도망간 그 도깨비
올해 동지는 밤조림과 꿀과
이야기가 가득한 팥죽이 함께한 달콤한 날이었다.
동짓날 식탁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