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미안해.
우리 식구는 주말마다 한 번씩 부모님과 농사지으러 간다. 부모님이 하시기에는 몸이 힘드셔서 나는 딸을 돌보며 놀고 남편이 도와주곤 한다. 옆에 살다 보니 부모님이 하자는 대로 안 한다고 하기에도 뭣하고 따라가게 된다.
이번 추석 다음 날도 외갓집에 오라고 하셨다. 이종사촌들과 그 자녀들도 데리고 오니 보기도 하고 농사지으러 말이다. 그전에도 오라고 그랬다가 안 와도 된다고 하셔서 ‘그러면 되는 가보다’ 싶었다. 그런데 또 번복하여 나의 특허 메이커 ‘욱’이 튀어나왔다.
말로 하면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니까 답답하고 속상한 마음에 엄마한테 이런 문자를 남겼다.
“내가 무력하게 질질 끌려가는 느낌, 왜 다 따라야 하지? 그러면서 엄마가 거절 못하게 말을 부드럽게 하는데 그냥 난 요즘 지쳐. 내 의견은 하나도 반영 안 된다는 느낌, 넌 못하니까 그렇치 그려면 난 힘이 빠지거든. 난 이런 존재로밖에 안 비쳐지는구나.”
내 날 것의 감정을 최대한 둥글게 표현한다고 했지만 보내고 나니 ‘조금만 더 참을걸’ 하고 후회막심이었다. 너무 솔직한 나의 문자에 엄마의 답장은 이랬다.
“채명아, 싫으면 안 가도 된다. 이러면 엄마도 힘들다. 나도 힘들어 너희들 안 데려가려고 했다”
답장을 받고 다행이다 싶었다. 추석 때 되면 우리 엄마의 마음은 또 어떻게 바뀔까?
“채명아 오지 않을래?”
“응”
아마 나도 모르는 척하고 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루에 12번 바뀌는 사람 마음을 어찌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