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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꽃 Dec 22. 2023

인생의 경험은 쓸데없는 게 없다.

나는 처음부터 필요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만 가득했다. 지금은 아니지만 준비라도 해 놓으면 나중에 뭐라도 할 수 있으려나 싶어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학원까지 졸업했다. 또, 여러 자격증과 강의도 많이 들었다. 그러고 나니 몸과 마음만 지쳤다.    

  

어느 순간 돌아보니, 어느새 30대 중반이 되어 있었다.

'쓸데없는 짓만 했나? 돈 낭비, 시간 낭비만 했네.'

라는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아쉬운 마음이 있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했으니 후회는 없다고 스스로 마음을 다독였다.     

 

사실 학창 시절에는 몸도 너무 약해 학교 수업이나 학원 수업도 겨우 따라가기 바빴다. 엄연히 말하자면 공부를 하면 머리에 콕콕 박히지 않았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내가 가고 싶은 학과나 마음언저리 생각했던 학과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부모님의 의사로 문헌정보과라는 듣도 보도 못한 생소한 학과에 입학했다. 그마저도 컴퓨터나 한문이 너무 많아 공부하기 너무 힘들었다. 그때부터 사춘기처럼 방황하기 시작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에 대해 해결 없는 고민이 시작되었다. 부모님은 다시 4년제로 문헌정보학과를 입학하라는데 성적도 되지 않았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 공부를 억지로 하고 싶지 않았다. 반란이 시작된 거다. 선포를 내렸다.


"내가 가고 싶은 과에 25살 때 편입 할 거야. 그리고 언제까까지 엄마 아빠가 내 인생 챙겨 줄 것도 아니고.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야지. 계속 질질 끌려가고 싶지 않아."

"25살 된다고 어느 과에 갈 수 있나?"

아버지의 퉁명스러운 대답이었다.

"이제 찾아봐야지."

라고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사이 학원을 옮겨 다니며 한자 자격증과 중국어 공부도 했었다.


고등학교 시절,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서예 동아리를 했었는데 힘들었지만 재미있었던 기억이 나 편입하기로 마음먹었다. 어느 학원에 좋은 선생님을 만나 한문 자격증도 따고 서예도 배웠다. 본격적으로 서예와 사군자 선생님을 소개받고 시험을 쳐 편입할 수 있었다. 학교를 다니면서도 손에서 놓지 않았던 건 책이었다. 책을 읽으면 뭐든지 될 것만 같은 희망이 생겼다. 서예과를 졸업해도 취업할 만한 곳이 없어 다시 한문대학원을 도전하여 입학했다. 미래는 보이지 않는데 끊임없이 공부만 했다. 대학원을 다니면서도 학점은행제로 초등학교 때 꿈이었던 사회복지사가 생각이 나 자격증도 취득하게 되었다. 졸지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내가 4가지 전공한 이력이 생기며 근거 없는 자신감도 생겼다.   

   

그 후로 계속 일자리로 직장을 다니면서도 자기 계발을 멈추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는 후회하지 않지만 앞날이 보이지 않을 때는 불안감의 수치가 엄청 높았다. 그런 불안감이 나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줬다. 그로 인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었다. 좌절하고 안주했다면 현재 나는 없었을 것이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40대를 보내고 있다. 나는 20대부터 20년간 학창 시절을 다시 보낸 느낌이 든다. 이제야 인생이 시작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더욱 부지런히 움직이며 살아야 된다. 가끔 힘들다는 마음이 불쑥 올라오긴 하지만 그마저도 나에겐 사치다. 숨이 막혀 엄청 힘들었던 시간을 돌아보면 지금이 너무 감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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