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메의 문단속을 보고 궁금함을 가진 그대에게
<스즈메의 문단속>의 초반부에는 학교에 늦게 도착한 스즈메가 친구들과 함께 둘러앉아 도시락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도시락 뚜껑을 여는 세 명의 학생들을 보며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는 급식이 없을까? 왜 다 도시락을 먹는 거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본에도 급식은 있다. 그렇지만 스즈메와 친구들이 도시락을 먹은 이유는 세 가지 정도로 유추할 수 있다.
우선, 고등학교까지 급식이 이루어지는 한국과는 달리 일본은 고등학교가 의무교육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급식을 진행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일본 고교생은 급식 대신 학생식당(대학교의 학식과 동일한 개념)이나 매점에서 사먹거나, 도시락을 가져와서 식사를 해결한다고 한다.
* <스즈메의 문단속>의 스즈메는 설정 상 2006년 5월 24일 생이니, 17세의 고교생이기에 도시락을 가져왔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좋은 식자재를 써서 영양적으로 우수한 도시락을 챙겨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 조금 냉소적으로 말하자면, 아이 한 명을 위해서 양질의 도시락에 신경을 쓸 수 있는 여유가 있는 부모가 존재함을 알려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양질의 도시락이 좋은 가정환경과 이상적인 부모가 있음을 은근히 피력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도시락 문화는 <짱구는 못말려>나 <아따맘마>와 같은 가족 애니메이션에서도 엿볼 수 있다. 만화의 주인공들이 자신의 부모가 준비해준 도시락을 서로 비교해보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스즈메의 문단속>에서도 스즈메의 이모가 도시락을 준비하는 장면이 나온다. 사실 여기서부터 우리는 눈치챌 수 있다. 이모도 스즈메를 아주아주 사랑한다는 것을.
일본에서의 도시락은 단순한 식사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일본 내에서 도시락을 준비해주는 행위와 도시락의 사회적 기능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면, 2020년 영화인 [461개의 도시락]을 추천한다.
영화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얘기하자면, 15살인 주인공 코우키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인해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되면서 심란함을 느껴 잘 적응하지 못한다. 이에 아버지인 카즈키는 코우키와 약속을 한다. 자신이 매일 도시락을 준비해줄테니, 코우키는 매일 학교에 가기로. 그렇게, 아버지의 도시락 만들기가 시작된다. 아버지의 도시락이 만들어내는 많은 이야기들이 담긴 영화다.
*간만에 도시락이나 만들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