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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대 Mar 09. 2023

스즈메 속 미미즈가 대체 뭘까!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고 궁금증을 가진 그대에게

 요즘 한창 핫한 영화, 이전 글에서도 다루었던 <스즈메의 문단속>에는 일본의 토속과 전통이 자주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생소했던 것은 '요석'과 '미미즈'에 대한 설정이다. 그리고 고양이 모양으로 변해버린 요석..이 녀석...무척 귀엽다.


미미즈는 원래 메기였다!!


 작중에서 '미미즈'란 일본 열도의 지표에서 꿈틀대는, 재앙을 일으키는 악의 근원을 일컫는다. 거대한 검붉은 색의 지렁이처럼 생겼는데, 실제로 미미즈는 일본 말로 지렁이를 의미한다고 한다.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미미즈는 빈번하게 지진을 일으키는데, 이는 지진이 잦은 일본의 상황을 드러내면서 작품에 더욱 현실성을 더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규모 3.0이상의 지진이 연간 1200여회 정도 발생한다고 한다. (통계 출처: 보험연구원)


 그렇기에 일본 민간에서는 지진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해일에 대한 두려움을 배경으로 한 신앙과 풍속이 많이 전해진다. 그 풍속 가운데 이번 영화에 등장한 것이 '나마즈에'라고 불리는 그림 속의 메기이다.

1855년경 그림, '메기와 카나메이시'

 '나마즈에'라고 불리는 그림 속에 등장하는 초대형 메기는 땅 속 깊이 사는데, 이 메기가 요동치면 지상세계에서는 지진이 발생한다고 한다. 평소에 지진이 나지 않는 이유는 '카시마 대명신'이라는 신이 '초대형 메기'를 잘 통제하기 때문이다. '카시마 대명신'은 '카나메이시'라는 돌로 메기의 머리를 눌러 제압하는데, 이 카나메이시가 바로 '요석(要石)'이다.


미미즈, 아니 거대한 메기 이야기


 미미즈, 아니 거대한 메기 이야기의 기원은 1855년 에도(현재의 도쿄)에서 강진이 발생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리히터 규모 6.9로 추정되는 이 '안세이 에도지진'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으며, 화재가 대규모로 발생했고 무너진 집은 셀 수가 없었다고 한다. 여진은 지속되었고, 그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거대한 메기가 등장하는 목판화들이 대량 제작되어 퍼져나갔다. 그 그림을 누가 그렸는지, 누가 사고 팔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사람들은 이 그림들을 통해, 재앙으로 인해 얻은 불안감을 표현하고 위안을 얻으려 했다고 한다.


1855년경 그림

 '나마즈에'를 그린 그림은 다양하다. 지진을 일으킨 메기를 공격하는 그림이나 부자의 집만을 파괴하는 메기의 그림은 지진 피해자들의 고통과 빈부격차를 드러내고,  메기에게 감사를 표하는 그림은 지진으로 인해 많은 일거리가 생긴 건축업자들을 뜻한다. 이것을 생각해볼 때, 메기는 부의 재분배 현상을 가져다주는 존재로도 볼 수 있다. 자연재해인 지진을 메기에 빗대고, 부의 재분배 현상에 빗대어 대중들은 '삶의 의미'와 '물질적인 것'을 재고해본 것이다.


메기그림, 압수?


 '나마즈에', 그러니까 메기를 그린 그림들 중 일부는 과거, 다시 말해 지진이 있기 전의 평화로웠던 시기를 표현하였는데, 이는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재해를 오히려 부를 재분배시켜주는 것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다른 말로, 부와 소득에 있어 평등한 사회가 건설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들게끔 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당시 막부는 체제에 대한 위협 가능성을 감지하고, 판목을 압수하는 동시에 그림의 판매와 유통을 금지시켰다고 한다. (출처: 서울대학교 문학석사학위논문, 2012, 박병도)

메기를 공격하는 사람들

초대형 메기 티엠아이


 실존하는 초대형 메기는 2미터가 조금 넘는 정도로, 나보다 조오오오금 클 뿐이다. 주로 유럽 쪽에 서식하는 벨즈 메기는 2미터 이상으로 자라는데 종종 인간을 공격한다고 한다. 난폭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번식 시기에 둥지 근처에서 수영하는 인간들을 경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식을 위하는 행동이라고 하니 마냥 비난할 수도 없다. 현재까지 확인된 메기 중 가장 큰 개체는 이탈리아에서 잡힌 2.8미터 짜리라고 한다.

고양이 귀여워

 메기는 영어로 catfish라고 하는데, 이는 메기의 수염이 고양이의 수염과 닮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어권에서는 이 catfish라는 말에 다른 의미가 있는데, 'SNS나 데이트 어플리케이션에서 가짜 사진을 프로필으로 걸어두고 다양한 사기를 치는 사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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