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의 공정(?)은 크게 스케치와 컬러로 나눌 수 있다.
컬러는 어떻게 할지 컬러 샘플까지 나오게 되면 물리적인 시간과
노동의 작업이다. 팟캐스트나 노동요를 들으면 할 수 있다.
컬러를 선택하면서 끊임없이 고민하지만 그래도 알록달록한
아름다운 컬러들 사이에서 즐겁기도 하다. 한 장씩 완성되는 성취도
있다. 할수록 점점 마감도 가까워온다. 끝이 보인다.
컬러 작업 전에 하는 스케치는 사뭇 다르다. 행위만 보자면 그림을
그린다기보다는 생각을 짜내는 쪽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생각이 안 나서 미쳐가고, 겨우 떠오른 생각을 그림으로 구현하지
못해서 계속 미쳐간다. 대부분 연필 같은 검은색으로 작업을 한다.
머리도 무채색의 돌처럼 굳어간다. 가사가 없는 연주곡도 못 듣는다.
작업방이 너무 조용해서 절간 같고 점점 더 예민해진다. 스케치가 끝나면
진짜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컬러 작업이 훨씬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공정의 절반도 아직 마치지 못한 셈이다. 그렇다.
지금 스케치 주간이다. 양배추즙이 총명탕이라도 되는 양 한 박스를
사놓고 헛소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