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영 작가의 에세이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글을 쓰는 행위 자체는 회사 생활의 다른 모든 업무와
다를 바 없는 '노동'이지만, 실은 나는 글쓰기를 통해
일종의 '존재 증명'을 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소모적으로 남의 일을 해주고 있다는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져, 내 목소리로 나만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는 그 감각이(중략) 나의 현실을 버티게 해주었다.'
내가 보잘것없는 일기를 십 년이 넘는 동안 꾸역꾸역
쓰고 그리는 것도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어디를 둘러봐도 똑같은 망망대해 같은 매일 속에서
손을 흔들며 '나 살고 있어요!' 외치는 작은 점의 존재 증명
이랄까? 다 읽은 책을 도서관에 반납하러 가는데 사람들의
우산이 저 마다의 존재를 증명하는 듯하다. 반찬 가게까지
들러서 2235보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