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때 크로기북을 몇 권이나 내야 하는 과제가 있었는데
시간도 없고 따로 하기도 어려워서 통학하는 지하철에서
내내 그렸었다. 처음에는 부끄러워서 스케치북을 세워서
가리고 그렸는데 그것도 하다 보니 점점 뻔뻔해지고 가끔
지하철 방향이 같은 동기들과 다 같이 할 때는 든든해서
누가 보든 말든 막 그렸다. 나중에 그 과제가 없어도
졸업할 때까지 틈틈이 지하철 크로키를 했다.
다시는 그런 짓을 못할 거다. 아무리 못그린다해도
그때보다는 분명히 잘 그릴텐데 지금은 남편 앞에서도
그림 그리는 게 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