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할머니랑 같이 살아서
종종 목욕하는 할머니의 때를
밀었다. 몸의 모든 곳이 주름지고
늙었지만 특히 얇은 거죽 같은
손을 밀 때면 살이 벗겨질 것 같아서
겁이 났었다. 겨우 초등학생의 힘으로
아니 누가 밀어도 설마 피부가
벗겨질 리 없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드라마 브이의 영향이었던 것 같다.
브이에서 얼굴 피부가 벗겨지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한낮의 공원에서 본
커다란 나무껍질이 꼭 우리 할머니
손처럼 거칠고 자글자글해서
잠시 과거로 시간 여행을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