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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비 Nov 03. 2019

모든 생명은 소중한 것

<참새>(조혜란 글·그림, 사계절)

초등학생 아이들과 미술 수업을 해 온 분께 전해 들은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이 집에서 기르던 동물이 죽었을 때 “에이, 또 죽었어! 엄마, 새로 사 와!” 하거나 “더러워! 빨리 버려!” 하거나 “짜증나.” 한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습니다. 일부 아이들의 이야기일 거라고 믿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요. 몰라서 그런 거였습니다. 기르던 물고기가 죽으면 아이에게 제대로 인사 나눌 기회도 주지 않고 변기에 넣고 흘려보내 버리는 어른, 더운 여름날 베란다에 토끼 우리를 내놓고 문 닫은 거실에서 에어컨을 빵빵하게 켜고는 몇 시간이고 시원하게 보냈더니 토끼들이 떼로 다 죽었다며 쓰레기봉투를 가져와 꾹꾹 쑤셔 넣어 버리는 모습을 보여 준 어른, 사슴벌레를 넣어 기르는 상자에서 자꾸 작은 벌레들이 생긴다며 집에 벌레 약을 잔뜩 뿌리고는 랩으로 그 통을 돌돌 감아 놓았다 풀고는 “어머? 사슴벌레까지 죽었잖아!” 하고는 쓰레기봉투에 버리는 어른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생명을 기른다는 것의 무게감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아이들은 기르던 동물이 죽어도 어떤 마음이 되어야 하는지를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것이 대치동 일부 가정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그분이 미술 과외를 다녔던 곳이 강남 대치동이었습니다.) 개나 고양이는 동물 화장장으로 데리고 가 극진하게 화장하고 재를 챙겨 돌아오는데, 그렇지 않은 반려 동물에 대해 보이는 사람들의 태도는 때로 이중적입니다. 생명의 무게는 똑같다, 는 것을 아이와 이야기 나누고 싶었습니다.     



“하루는, 동네 아이들이 우리 집으로 와서 처마 밑을 뒤져 무언가를 꺼냈어요.

예쁜 자갈도 같고 조그만 달걀도 같은, 주근깨가 잔뜩 나 있는 그것은 참새 알이었어요.”   

 

그림책 <참새>는 조혜란 작가가 어린 시절에 겪은 일을 고스란히 옮겨 그린 책입니다. 초가집 속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는 참새들, 엎드린 아이의 등에 올라가 지붕에서 참새 알을 꺼내 먹는 아이들, 그걸 부러워하는 주인공 아이의 모습이 정겹게 이어집니다. 

아이도 지붕에서 참새 알을 꺼내고 싶지만 팔이 닿지 않아 그러지 못하다가 빈 상자를 겹쳐 놓고 올라서서는 결국 하나를 꺼냈는데, 알이 아니라 작고 작은 새끼 참새였네요. 

어미 새가 하늘에서 난리를 치는데도 아이는 참새를 갖게 된 것만 좋아서 결과는 생각하지 못합니다.     



“이불을 뒤집어쓰니 새끼 참새와 우리 남매만 세상에 있는 것 같았어요.”    

아이는 새끼 참새와 놉니다. 물론, 자기는 논다고 생각하지만 참새 입장에서는 전혀 아닌 상황이지요. 밤새 어미를 찾던 새끼 참새는 결국 창문 밖에서 날개를 퍼덕이던 어미에게 가지 못하고 죽어 버렸습니다.     

 


생명의 귀중함을 알려주는 일은 어렵습니다. 한두 번으로 끝낼 수 있는 게 아니지요. 우리 ‘나무햇살’ 아이들에게 곤충과 만나는 일은 일상입니다. 텃밭에서 발견한 지렁이를 손으로 주물럭주물럭하는 것이 예사고, 메뚜기, 방아깨비를 잡아서 공기 통하지 않는 그릇 속에 가뒀다 떼죽음을 목격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너희들은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모르는 나쁜 애들이야!” 하지는 않습니다. 아직은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하는 행동이니까요. 행위의 결과를 모르고, 나 아닌 다른 존재의 아픔이나 고통에 공명하는 훈련이 덜 되어 있으며, 모든 생명이 소중하다는 가치를 계속 배워야 하는 나이이기 때문입니다.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주려고 애쓰지만 그것이 아이가 자연을 만나는 것 자체를 싫어하게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의도하지 않아서, 몰라서 하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 어릴 때는 개미 다리를 떼고 사마귀 머리를 떼고 매리를 잡아서 날개를 떼고 잠자리 꼬리에 실을 매달고 하는 것들에 어떤 죄의식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거구나, 를 배우게 되는 것이지요.     


“손바닥 위에서 떨던 새끼 참새가

‘찌찌’ 하고 울던 새끼 참새가

하루 종일 마음 속에서 떠나지 않았어요.”  

  

작가 조혜란은 “어른들도 어린 시절에는 여러 어린이들과 똑같이 실수도 하고 그 때문에 가슴앓이도 하면서 자라났다는 것을 말해 주고 싶어 이 책을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참새> 같은 그림책은 귀합니다. 아이들의 감정이 익어 가는 것은 켜켜이 쌓이는 경험들 덕분이고, 그 경험이 좋은 것일수록 아이의 성장은 더 아름다워집니다. 직접 겪지 않은 일이라도 ‘이럴 때 마음이 어떨까?’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책일수록 좋은 그림책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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