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하는 독서 모임에서 들은 이야기.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쯤, 무엇 때문이었는지 아이를 단단히 혼을 내고
"그럴 거면 집 나가!"
하지 말아야 할 소리를 했는데, 아이는 그 말을 곧이듣고 가방에 짐을 주섬주섬 챙겨 넣더니,
현관을 나서더란다.
붙잡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아이가 나가는 걸 보고만 있다가, 밤이 되어도 아이가 돌아오지 않자 엄마는 안달이 났다.
여기저기 전화해 보고, 집 뒤 산에도 올라가 보고, 갈 만한 데 찾아다니다가 결국은 친구 집에 가 있단 걸 알게 됐고, 그 집에서 하룻밤 자면서 엄마 아빠가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는 게 있겠거니 했다.
다음 날, 풀이 죽어 집에 돌아온 아이에게 엄마는 물었다.
"그래, 이번에 뭘 배웠어?"
아이의 대답은 이랬다.
"네, 친구가 정말 소중하단 걸 배웠어요."
아, 그 엄마는 입을 떡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내가 바라지 않는 교훈을 내 아이가 얻어 오는 모든 순간에, 의연해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