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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비 Feb 16. 2017

소유권 주장하는 치사한 아빠

_ 아이와 재산권 다투는 이유


"아빠, 한 편만 더 보여 주세요."

<꼬마 버스 타요>를 보여 달라고 할 때만 높임말을 쓰는 자두.

벌써 두 편을 보았고, 저 스스로 두 개만 보겠다고 약속하고 시작한 일인데 또 이런다. 

"안 돼. 약속은 지켜야지."

아빠가 단호하게 말해도 소파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미련을 보이던 자두는, 

"아빠, 나가!"

외치고 만다. 저도 속상하단 거지.

그게 서운해진 아빠는 말한다.

"내가 왜 나가? 이거 누구 거야?"

"이 침대 누구 거야?"

"이 소파 누구 거야?"

"이 집 누구 거야?"

유치찬란한 소유권 주장이 시작되는 것이다.


자두는 자두대로 할 말이 있다.

방에 들어와서는 거실로 나가지 않는다.

일종의 농성인 거지.

나가서 놀자고 살살 꼬드기면 이렇게 반응한다.

"아빠, 화나서 또 혼낼 거 같아."

내가 살살 달랜다. 

"사과하고 재미있게 놀자."

그 소리를 들은 아이 아빠는 거실에서 소리친다.

"사과하지 마!"


아, 아들이나 아빠나 유치찬란, 끝이 없다. 

그림책 작가 유준재 강연을 들으러 갔다가 들은 일화. 

어느 날, 아내가 아이에게 멋진 크리스마스 카드 좀 그려 주라고 하더란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유 작가의 입에서 나간 말은, 

"얼마 줄 건데?"

였다. 

입금되어야 일을 하고, 작품을 돈과 바꿔 온 일상이 남긴 후유증이었다. 

결국 5만 원인가를 받고 카드를 만들어 주었는데, 이건 아니지 않나, 하는 반성은 그 뒤에 밀려왔다고. 

나한테도 상당히 인상적인 이야기였다. 

애정과 물질이 서로 등가교환이 되지 않는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현실에서 가끔 우리는 경계를 잃고 이렇게 흔들리곤 하는 것이다. 


언젠가 우리 자두도 크고 나면 이러지 않을까?

"이건 내 가방이니까 만지지 마세요."

"이건 내 용돈으로 산 거니까 뭐라 하지 마세요."

그러다 결국 그러겠지. 

"이건 내 삶이니까 암말 마세요."

그럴 떄 기쁘게 받아 주고, "드디어 독립인 거냐!" 좋아라 할 배짱이 내게 생겨나기를 바랄 뿐이다. 

"니 인생 니 거니까, 네 멋대로 살아라!"

쿨하게 마음속 탯줄까지 싹둑 잘라 주는 멋진 엄마가 되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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