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두 글을 정리하는 내용입니다. 개인파산제도와 개인회생제도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경제적 어려움으로 두 절차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지 고민하시는 분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내용을 담고자 했습니다.
일상적 또는 사회적으로 주거와 직업이 불안정한 사람은 신뢰를 받기가 어렵다. 그 신뢰의 의미가 다양하기에 여기서는 법률에서 '주거와 직업이 불안정한 자'를 어떻게 바라고보고 있는지를 기술해 보겠다.
법률이 주거와 직업이 불안정한 자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는 형사소송법을 참고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에 대한 구속사유를 열거하고 있는데(형사소송법 제201조 제1항, 제70조 제1항), 먼저 '피의자에게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라는 규정이 있고, 법원은 이를 판단할 때 주거의 종류(자택, 여관, 기숙사 등), 거주기간, 주민등록의 유무 등 주거 자체의 안정성을 고려요소로 하고 있다. 그리고 '피의자가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라는 규정을 법원이 판단할 때 직업이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것인지 여부를 고려요소로 하고 있다.(법원실무제요 형사[Ⅰ], 법원행정처, 314면, 317면)
즉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가 ①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② 쉽게 포기가 가능한 직업인 경우 구속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된다.
그런데 개인파산과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사람들은 채무의 독촉을 피하기 위해 주민등록을 현재 거주하지 않는 곳에 두고 있고, 고시원을 전전하고 있어서 주거가 불안하고, 그렇기 때문에 안정적인 직장을 구할 수 없게 된다. 설사 안정적인 직장을 구했다고 해고 추심기관이 찾아오거나 문자, 카톡, 전화 등등을 통해 직장생활을 곤란하게 하기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거기다가 앞서의 두 글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다른 법률에서 개인파산의 경우 주거와 직업을 제한하는 다수의 규정을 두고 있다. 앞에 적었던 두 글을 조금 더 요약한 형태로 제시해 보고자 한다.
(국민주택기금 전세자금대출 자격 헌법재판소 결정례, 헌법재판소 2011. 10. 25. 선고 2009헌마588)
가. 사실관계
법원에서 파산선고를 받고 면책허가결정을 받은 청구인이 국민주택기금 수탁자인 농협중앙회에 저소득가구 전세자금 대출신청 ≫ 농협중앙회는 ① 국토해양부장관의 2009. 4. 1.자 ‘저소득가구 전세자금 지원기준’에서 ‘은행연합회의 신용정보관리규약 및 기금취급은행의 신용정보관리지침에 의한 신용관리대상자와 여신취급 제한대상자’를 전세자금 대출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을 근거, ② 청구인이 파산선고를 받은 사실이 있으므로 대출자격이 없다는 회신 ≫ 청구인은 위 기준이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심판청구
나. 심판대상
저소득가구 전세자금 지원기준(2009. 4. 1. 국토해양부)
2. 대출대상자
나.단, 다음에 해당되는 자는 대출대상에서 제외
(4) 은행연합회의 신용정보관리규약 및 기금취급은행(우리은행, 농협, 신한은행, 하나은행 및 중소기업은행, 이하 “취급은행”이라 함)의 신용정보관리지침에 의한 신용관리대상자와 여신취급 제한대상자
다. 헌법재판소의 판단 정리
국민주택기금 저소득가구 전세자금은 ①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상의 주거급여 등과 같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자금을 지원해 주는 자금지원의 형식이 아닌 융자의 형식으로 운용되고, ② 재원이 정부예산이 아닌 국민주택기금으로 하고 있고, 국민주택기금은 조성재원을 국민주택채권 발행, 청약저축 등 외부차입에 많은 부분 의지하고 있으며, ③ 국민주택기금이 계속적으로 운용되어 저소득가구에게 전세자금을 지속적으로 대출해 주기 위해서는 원금회수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면서 ‘파산면책자는 비록 면책되었다 하더라도 독자적인 경제주체로서의 자립성을 상실하였음을 부인할 수 없는바, 이러한 파산면책자를 전세자금 대출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두고 자의적인 차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판시하였다.
라.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대한 검토
-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서민의 주거복지를 위하여 ① 「공공주택 특별법」에서 공공주택의 공급 및 임대 , ② 「주택도시기금법」에서 서민의 전·월세 부담 완화를 위해 저리의 주택자금 융자 지원(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을 실시하고 있으며,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른 공공주택의 입주자 신청과 「주택도시기금법」에 따른 버팀목 전세자금대출 신청 시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른 신용정보 중 채무액과 연체정보 조회를 위한 동의서면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는데(공공주택 특별법 제48조의 4 제1항 제2호) 공공주택은 입주자 자격 제한 요소로 고려하지 않고 있고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은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이 있다.
- 그렇다면 그 차별이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다음과 같은 점에서 의문이 있다.
- 재원은 ①「공공주택 특별법」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공주택에 사용되는 자금을 세출예산에 반영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국토교통부장관은 주택도시기금을 우선적으로 배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법 제3조의 2), ② 「주택도시기금법」은 국민주택채권 발행으로 조성된 자금과 일반회계로부터 출연금 등을 재원으로 한다고 하며(법 제5조), ③ 주택도시기금에서 주택계정에 집행된 내역은 아래와 같으며 임대주택건설은 공공주택 건설에 사용된 내역, 수요자융자지원은 주택자금 융자와 보증에 사용된 내역을 의미한다고 하고 있다(2020 주택업무편람, 2020년도 주택도시기금 운용계획(국토교통부)). ④ 공주택특별법과 주택도시기금법은 서민의 주거안정이라는 동일한 입법목적에 기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 원금회수 가능성 : 헌법재판소는 전세자금대출 시 원금회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하였는데,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하고 나면 감가상각으로 건물의 수명이 줄어들어 여기서도 원금이 계속 손실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 채무자회생법의 태도 : 거기다가 '누구든지 이 법에 따른 회생절차, 파산절차 또는 개인회생절차 중에 있다는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취업의 제한 또는 해고 등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제32조의 2)'라고 규정하고 있어 위와 같은 차별이 불평등에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가. 원칙적인 태도
채무자회생법은 ‘누구든지 이 법에 따른 회생절차ㆍ파산절차 또는 개인회생절차 중에 있다는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취업의 제한 또는 해고 등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제32조의 2)’고 규정하고 있고, 개인회생절차는 변제계획안의 인가결정 또는 면책결정으로 인하여 제한되는 직업과 자격이 특별히 발견되지 아니한다.
나. 개인파산의 경우
(1) 일반론
개인파산절차는 위와 같은 법률의 선언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자격, 취업, 사업 및 주거 등의 제한사유가 발견된다. 공무원, 공공기관 임직원, 지방공기업의 임직원,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의 임직원, 공익법인의 임직원, 농협, 축협, 어협, 산림조합 임직원 등의 제한이 있다. 대체로 임원은 법률에서, 직원은 해당기관의 정관에서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사기업의 경우, ① 신원보증이 필요한 자리인 경우 신원보증보험 체결과정에서 신용불량 사실이 발각되어 채용이 되지 않고, ② 신원보증보험이 불필요한 자리인 경우,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 파산선고, 신용불량 등의 사실이 있는지를 묻고 없다는 각서를 받는 사례가 있다고 한다.
(2) 제한되는 경우
후견인, 유언집행자, 변호사, 세무사, 공인회계사, 공인노무사, 공증인, 법무사, 감정평가사, 부동산중개사무소 개설등록, 행정사, 국가공무원, 지방공무원, 경찰공무원, 교육공무원, 사립학교 교원, 한국가스공사 임직원, 주식회사 에스알 임직원, 재단법인 축산환경관리원 임직원, 주식회사 88관광개발 임직원, 강릉원주대학교 치과병원 임직원, 주식회사 그랜드코리아레저 임직원, 노사발전재단 임직원, 대한체육회 임직원, 독립기념관 임직원, 아동권리보장원 임직원, 예술의 전당 임직원, 서울산업진흥원 임직원, 서울장학재단 임직원, 120다산콜재단 임직원, 재단법인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티비에 임직원,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 임직원, 전통 소싸움경기의 싸움소 주인, 건강기능식품판매, 담배소매판매, 일반경비원, 아이돌보미, 농업협동조합, 축산업협동조합, 산림조합의 임직원, 은행과 보험회사의 임직원, 가축분뇨관련영업, 건설업등록, 대부업등록, 세무사등록, 학원운영자.......
(3) 허용되는 경우
권리능력, 행위능력, 소송능력,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의회의원, 지방자치단체 장, 병역의무의 이행, 납세의무의 이행,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간호사, 건축사, 사회복지사, 변호사 사무직원, 공인노무사 직무보조원, 법무사 사무원, 소방시설업의 등록......
(4) 특이한 점
파산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아니한 사람은, 첫째, 공무원은 될 수 없는데 병역의무와 납세의무는 이행을 해야 하고, 둘째, 변호사와 법무사는 될 수 없는데 의사와 한의사는 될 수 있고, 셋째, 건설업의 등록은 할 수 없는데 소방시설업의 등록은 할 수 있고, 넷째, 전통 소싸움경기의 싸움소 주인으로 등록할 수 없는데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될 수 있다.
가. 개인회생제도의 도입
채무자가 경제적 위기에 처할 때 이를 해소하는 절차에 대하여 개인파산제도만 있다가 개인회생제도가 도입되었다. 장래에 벌어들일 소득에 대한 관점에서 보면 개인파산은 채무자가 이를 처분할 수 있고, 개인회생은 장래에 벌어들일 소득 중 생계비를 제외한 소득을 변제재원으로 사용하므로 처분에 제한이 따른다고 볼 수 있다. 즉 장래에 벌어들일 소득에 대한 처분과 절차의 선택은 채무자가 하는 것이다. 이말은 개인파산과 개인회생 중 어떤 절차로 경제적 위기를 해결할 것인지는 채무자의 선택에 달린 것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어떤 절차를 선택하는지에 따라 그 불이익이 상당히 다르게 되어 있다.
나. 서울메트로 직원이 파산선고를 받자 인사규정에 따라 당연퇴직처분을 한 사건
법원은 '파산에 이르게 된 경위가 무분별한 낭비나 경제주체로서의 무능력 또는 부정직한 경제행위 때문으로 품위나 신뢰를 떨어뜨리거나 파산선고를 받아 업무 수행을 소홀히 하거나 비위를 저지르는 등의 행동을 하여 직장 및 동료에게 피해를 준 경우 그 정도에 따라 징계절차 등을 통하여 직원을 충분히 제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원이 파산선고를 받은 경우 예외를 두거나 별도의 실체적, 절차적 요건을 고려함이 없이 바로 당연퇴직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규정함은 최소침해성에 어긋난다.'고 판시한 바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6. 7. 14. 선고 2006가합17954 판결)
다. 사립학교 교원이 파산선고를 받은 경우 당연퇴직된다고 규정한 사랍학교법 제57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서 반대의견
입법자는 ① 파산의 원인을 고려하여 비난가능성이 높은 경우인지 성실하지만 불운한 채무자인지 유형을 나누어 대처할 수 있고, ② 파산선고 후 일정한 기한 내에 면책결정을 받은 경우를 적용범위에서 제외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고, ③ 사립학교법에 마련된 징계 등 별도의 제재로서 입법목적의 달성이 가능한 경우 당연퇴직사유에서 제외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하면서 헌법불합치의견을 낸 바 있다.(헌법재판소 2005헌가21 사립학교법 제57조 위헌확인사건에서 반대의견)
위와 같은 논의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개인파산을 선택하는 경우 다양한 자격, 직업, 주거의 제한이 따라오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개인파산을 선택하는 경우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재산을 처분하여 변제하고 장래에 벌어들일 소득은 채무자가 보유하므로 재산이 없거나 소액인 경우 개인파산이 유리한 선택일 수 있다.
저자는 연세가 있고, 재산이 적으며, 본인의 노력으로 자격을 취득하거나 공직 또는 공익법인의 임용을 고려하지 않는 사람들이 개인파산을 선택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3회에 걸친 긴 글을 쓰고서도 결론이 너무 간단해서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약간은 당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 '청춘파산(김의경, 민음사)'에 나오는 글을 인용하면서 이번 주제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내가 바란 건 단 하나, 사회적인 명예도, 호화로운 집도, 무소불위의 권력도 아니었다. 보통 사람처럼 사랑받으며 살아가는 것. 누군가에게 쫓기지 않고 아무에게도 멸시받지 않고, 내가 하지 않은 무엇인가로 인해 비난받지 않는 것.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었을 때 먼저 헤어질 것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것. 누군가가 좋아지는 것을 겁내지 않아도 되는 것. 호성과 만나면서 나는 또 한 번의 소망을 품었다. 결국 헛된 소망이었던 걸까.'
~~ 참고 : 한동안 글을 올리지 못 했습니다. 송구합니다.
~~다음 주제 : '보험계약과 보험계약대출, 보험회사의 신용대출과 상계'에 대한 내용입니다. 보험계약이 체결되어 있는 경우 해약환급금 범위 내에서 5~9%의 이자로 대출이 가능하고 대부업체의 이율보다 낮아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출을 보유한 사람이 개인회생, 개인파산을 신청하는 경우 그 처리에 대한 내용인데, 사연이 좀 있는 분야입니다. 결론은 간단한데 그 결론이 나기까지 어떠한 우여곡절이 있었는지를 기술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보험회사와 채무자의 관계에 대한 생각의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