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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 Nov 17. 2019

너 눈빛이 동태 눈깔 같다.

내면의 소용돌이


1평 남짓한 방은 도시 속에 무인도였다. 사람이 장기간 고립되니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배고프면 먹고 잠이 오면 자는 본능적인 욕구만 남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멍 때리며 허공을 바라보는 날이 많아졌다. 잠을 자면 날아다니는 꿈을 자주 꾸었다. 일주일을 잠으로 보낸 적도 있었다. 오래간만에 아는 친구가 나를 찾아왔다. 나를 보더니 흠칫 놀라는 표정이었다. 그 친구의 한마디가 뼈에 사무쳤다.


"너 눈빛이 동태 눈깔 같다." 그 말이 내 가슴에 박혀버렸다. ‘그렇구나. 내 상태가 말라비틀어진 동태 같구나.’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그 한마디가 머릿속에 뱅뱅 돌았다. 그 날 꿈을 꾸었다.


사막 한가운데 기다란 중세시대 성이 있다. 저기로 가야겠다는 생각 하니 몸이 붕 떴다. 슈퍼맨처럼 기둥을 향해 날아갔다. 오래간만에 온 몸이 가벼워 신이 났다. 성이 있는 곳에 내려서 작은 문을 열었다. 바닥부터 꼭대기까지 원형계단이 있었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니 엄청 넓고 텅 빈 공간이 있었다. 천장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고대 가톨릭 성당의 창문에서 눈부신 빛이 쏟아졌다. 창문을 바라보며 있는 한 사내가 뒷짐을 지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 사내는 천천히 나를 향해 돌아봤다. 건장하고 카리스마 있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사내는 무슨 말을 하는데 들리지 않았다.



그 순간 벽이 흔들리고 건물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나는 빠져나오기도 전에 건물 더미에 깔리고 말았다. 잔해더미를 비집고 겨우 나오니 미로가 있었다. 길을 잃고 헤매고 꿈에서 깼다. 전날 밤 게임을 하다가 그대로 쓰러져서, 좌식 책상에 다리를 걸쳐놓고 자고 있었다. 꼴이 한심하기도 했지만, 예사 꿈이 아닌 것 같았다. 한참을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다 휴지통에 눈길이 갔다. 구겨져서 버려진 휴지가 내 모습 같았다.


커다란 성이 무너지는 것이 나의 내면이 부서진 것 같았다. 건장한 사내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이었다. 무의식은 나를 응원하면서 경고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소용돌이에 빠져 영원히 헤어 나오지 못할 것 같았다.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그렇지만 장기간 은둔생활이 습관이 되어 선 듯 밖으로 나갈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무엇부터 행동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처음에 인터넷의 자기 성찰에 관한 영상을 찾아보아도, 판에 박힌 소리로 들렸다. 자기 계발 책을 읽어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1분 이상 집중하기도 힘들었다. 일단 내가 가장 힘들어하고 있는 것을 찾아보았다. 우울증과 불안증세였다. 왜 이럴까? 드디어 나 스스로 첫 질문을 했다. 바로 이 질문이 대단히 중요한 고비였고 터닝포인트였다. 질문은 자기 성찰의 시작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기 때문이다. 내면의 소용돌이는 초강력 태풍으로 커지면, 내가 무슨 사단이 날 것만 같았다. 은둔형 외톨이는 반드시 왜!라는 질문이 찾아온다. 이 조약돌 같은 질문을 잡아야 한다. 답을 찾으려면 행동이 변화해야 하는데, 산을 움직일 만큼 큰 에너지가 든다. 만약 답을 찾는 노력을 했다면, 자기 성찰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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