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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 Nov 17. 2019

달콤한 매질 수업

달콤한 봄날에 교실문이 열리고 떠들던 아이들은 일순간 조용해졌다.

'지금부터 수학 문제를 낼 테니 호명한 번호는 나와서 푼다.'

올 것이 왔다. 나는 온몸이 긴장상태로 돌입했다. 제일 자신 없는 수학 시간이 되었다.

'오늘 10일이니까 10번부터 5명 나와.'

내 번호는 9번, 간신히 비켜갔다.


문제를 못 푼 학생은 엉덩이를 대고 3대씩 맞게 되었다.

아직 수업시간 끝나려면 10분이나 남았다. 

'마지막으로 미적분이다. 이번에는 9번부터 역으로 다섯 명 나와.'

오늘은 안 맞고 그냥 넘어가나 싶었다. 

제일 자신 없는 미적분을 풀리 만무했다. 


검도를 다년간 하셨다는 수학선생님의 손목 스냅은 다른 선생들의 매질의 맛이 달랐다.

엄청난 손목 두께를 소유하신 회초리의 힘은 고통이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엉덩이가 얼얼한데 다음 수업시간은 피바다 선생의 국어시간.

자칫 졸거나 떠들다가 지적받으면 반드시 피를 본다.

봄날 날씨가 풀리면서 너무나 졸려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아아악~' 절로 비명소리가 냈다. 피바다 선생은 내 구레나룻을 잡고 위로 당겼다.

교탁 앞으로 끌려 나왔다.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어버렸다.

당황하거나 미안해하면 웃음을 짓고 무마하려는 습관이 화를 불렀다.

눈앞이 몇 번 번쩍하더니 뒤로 나자빠졌다.

피바다 선생은 내 미소에 기분 나빴는지, 빰을 풀스윙으로 때렸다.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눈물이 저절로 떨어졌다. 머리가 빙빙 돌아 기절할 뻔했다.

자리에 앉아서 제정신이 들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맞은 빰은 부풀어 올라 점심을 겨우 먹었다. 그것보다 수치스러웠다.

나는 이런 생활을 3년간 해야 했다. 

수업시간마다 긴장상태로 맞을까 봐 노심초사했다. 


이런 한낮에 벌어지는 공포 액션 고등학교 생활 때문에 내 정신이 온전할 리 없었다.

모든 트라우마와 콤플렉스가 이때 생기게 되었다. 

내 잘못된 습관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사랑의 매질 따위는 없다.

그래서 나는 이 세상 모든 선생님들을 증오했다. 


증오심을 사라지게 하는데 20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마음의 상처는 반창고 붙인다고 금방 아물지 않았다.

비록 공부 못하는 하위권 학생이었지만, 인간적인 교육을 해주었다면

보다 빨리 성숙한 성인이 되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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