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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 Nov 17. 2019

좀비 하우스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생각하면 은둔형 외톨이가 되었을 때였다. 이들의 특징이 좀비와 너무 많이 닮아있다. 좀비는 식욕에 지배받는다. 몸은 살아있을지언정 정신이 죽어있는 캐릭터다. 태어나서 처음 좀비 영화를 본 것은 85년도 작 바탈리언이란 작품이었다. 아시아에서 강시가 공포의 대명사로 활동하던 시대, 갑자기 좀비가 등장했다. 큰 스크린으로 처음 본 좀비는 공포를 주기에 충분했다. 온 가족과 함께 좀비 영화는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징그러운 외모로 떼거지로 달려드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났던 기억이 난다. 지금이야 흔한 소재지만, 좀비의 첫 등장은 3D 영화를 처음 본 느낌과 같지 않을까.



1인 가구-561만 28.6%, 은둔형 외톨이- 30~50만 추정.


한국사회 은둔형 외톨이의 정확히 수치를 알 수 없다고 한다. 스스로를 가두고 본능이 몸과 정신을 지배하기 시작하고, 결국 자신이 자신을 죽인다. 1인 가구의 시대가 늘어나면서 나홀로족은 좀비가 될 가능성이 많아졌다. 특히 사회적 기준으로 뒤쳐진 사람, 필자처럼 사회가 요구한 기준이 낮은 사람은 더 좀비화가 빠르다. 나는 장기간 은둔하며 본능만으로 살 때가 있었다. 나의 경험을 토대로 어떠한 과정을 거치는지 알아보자. 좀비화되는 과정은 초기, 중기, 말기로 나눌 수가 있다.






초기에는 쾌락, 의외로 즐겁다. 남는 게 시간이고,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영화, 게임, 드라마, 커뮤니티 등 이것들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경제적 일을 하지 않고 24시간 이것만 했다. 그 당시 어느 정도였냐면, 좌식 책상에 다리를 집어넣고 누워서 잔다. 눈뜨고 바로 일어나면 앉아서 게임하기도 했다. 한 달만 이 생활을 하면, 몸은 자동으로 키보드와 마우스를 잡는다. 정신이 죽어가기 시작하니, 생각이 멈추더라. 그 시기에 하는 생각은 자기 생각이 아니라, 무의식의 본능으로 쾌락 중심적인 사고만 하게 되었다. 머릿속 명령어 ‘게임해’, ‘영화 봐’, ‘인터넷 해’. 정상적인 사고체계는 이때 무너졌다.   

중기쯤 되면 심각한 중독 증세와 야행성, 머릿속에 오로지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컴퓨터! 그리고 야행성이 된다. 낮에 자야 했다. 그냥 빛이 싫어졌다. 낮은 어수선하고 왠지 내가 낙오된 것 같았다. 그에 반해 밤은 조용하면서 감정이 올라오면서 우울감에 빠졌다. 이제 낮에서 암막커튼을 쳐서 어둡게 만들었다. 잠도 많이 잤다. 깨어있는 시간이 괴로울 때 계속 잠을 잤다. 머리가 아플 때까지 억지로 잤다. 낮에 활동해야 정상인데, 나는 아무것도 안 하니 자괴감이 들어 괴로웠다. 그래서 잠으로 회피해버렸다. 고통으로부터 도망가기였다. 이건 단순히 게으른 사람이 아니라 현실의 고통을 외면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은둔형 외톨이들의 대표적인 슬로건은' 이불 밖은 위험해'


말기가 되면 불안증세, 강박증, 우울증이 왔다. 대략 6개월 정도에 걸렸다.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해지고, 완벽히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거울에 내 눈을 본 적이 있는데 공허하고 눈빛이 흐렸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음모론, 미스터리, 고어, 종말, 전쟁 등 세상의 어두운 측면이 끌렸다. 세상이 곧 망할 것 같은,,, 아니 세상이 망했으면 좋겠다는 비관적인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었다. 이러다 죽겠구나 싶었다. 1년 은둔형 외톨이 생활은 나 자신을 완벽한 좀비처럼 만들어버렸다. 악몽과도 같은 좀비 생활을 탈출하는데, 꽤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후유증도 심했다. 정신 차리고 보니, 경력단절로 회사도 다니기 힘든 상태가 되어 버렸다. 살면서 가장 후회될 짓을 해버렸다.


돌이켜보면, 좀 더 빨리 헤어 나오지 못했을까? 만약 은둔형 외톨이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묻는다면, 한 가지 실용적인 것이 있다. 유튜브를 활용하라고 말하고 싶다. 단 검색어를 바꿔라. 자신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인지할 수 있는 검색어. 수많은 영상을 검색해서 보다 보면, 작은 희망의 불씨가 일어난다. 그것을 잡는다면, 밖으로 나갈 용기가 생긴다. 궁금해서 미칠 것 같은 것, 이 강의는 직접 가서 보고 싶다, 이 사람은 정말 만나서 묻고 싶다, 이런 욕망이 생기면 절반은 성공이다. 이들에게 이불밖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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