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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 Oct 30. 2022

배달하면서 알게 된 것

프롤로그

난 실패율 99% 경력을 자랑하는 서울 출신이다. 다들 살다 보면 한 번씩은 쫄딱 망한 경험이 있다. 인생 바닥에서 지하 밑까지 가보니 지하 암반수까지 뚫을 지경이 되었다. 그래서 닥치는 대로 알바를 시작했다. 


하고 싫은 일은 진심을 다해 하기 싫어하는 성격이었다. 지금은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그중 배달직을 하게 되었다. 사람들로부터 간섭받기 싫어서 선택한 것이 배달이었는데, 겪어보니 이보다 더 극한직업은 없는 듯했다. 


아마도 웃음 지을 것 같다. 세상살이가 다 그렇다고. 어쨌든 내가 한 일중에 가장 힘든 직업군이었다. 왜냐하면 배달직을 하려면 가져야 할 덕목 중 2가지! 길 찾기와 운전실력이 없었다. 난 저주받은 길치 초보운전자였다. 다른 한편으로 배달직은 나에게서 또 다른 면을 제공해주었다.




집에서 온실 속 화초처럼 컸던 나는 천대, 무시, 억울함을 경험하면서 불쾌하고 두렵기까지 느꼈다. 물론 자부심을 가지고 배달업을 하시는 분들도 있다. 이것은 나의 개인적인 환경에서 나온 이야기이니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한때는 뉴스를 보지 않았다. 간혹 배달 사망사고를 접하면 남 일이 아니었다. 같은 라이더가 중상이 입거나 입원을 한 소식을 들으면 당장 그만두고 싶었다. 사회적 인식도 좋지 않고 자칫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아마 고수익 보장에 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배달을 하다 보니 점차 사람의 삶이 눈에 들어왔다. 센터에서 식당과 고객까지 이어지는 짧은 여정, 그 안에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얽히고 얽혀 있었다. 나는 그 찰나에 다채로운 삶의 이야기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이 공간에서 저 공간으로 필요한 물품은 옮기는 배달은 사회적 다리 역할을 하지만, 인식은 그리 곱지 않다. 나도 거의 모든 물품을 집까지 배송받아서 생활한다. 이제 없어서는 안 될 배달의 고마움과 라이더들의 직업도 존중받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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