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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 Apr 22. 2019

연애의 법칙 - 4

에로스에서 지혜의 여신으로

4. 에로스와 지혜의 여신

20대 젊은 나는 이목구비가 아름다운 여자에게 막연하게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이 있었다. 그게 뭘까? 외모가 아름다우면 내면도 아름다운 인격을 기대한 것일까? 나이가 어리면 무의식의 지배가 강하게 작용한다. 아마도 예쁜 여성을 만나면 내 마음의 빈 구멍 들을 채워줄지 모른다는 무의식적 선택. 눈곱만큼 인기가 없는 필자도 여성의 외모가 선택의 기준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이후가 문제가 된다. 


당연히 타인의 내면을 모르니 외모만 보고 결정하면 항상 문제에 봉착했다. 아름다운 여성도 남자에게 요구하는 조건도 컸다. 경제적 조건은 말할 것도 없고, 인격적 성숙도가 떨어진 나도 여성의 내면을 채워줄 수 없었다. 반대로 예쁘고 무지한 여성과의 에로스적인 사랑도 오래가지 못했다. 30대가 되어 예쁘다는 기준이 변화하고 있었다. 예쁜 외모에서 여성적 아름다움을 보게 된다. 보통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이 변화의 기점이었다.



연애 상대의 기준도 완벽히 내 의지대로 결정한 것이었을까? 20대 때 이성에 대한 호감은 70% 이상 무의식의 작용으로 보인다. 그것은 가족 중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여성적인 부드러움으로 내 안식을 줄 여성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이런 과도기에서 완벽하게 이상적인 여성을 만나면서 큰 변곡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성에게 첫눈에 반한다는 것은 가슴에서 벼락 소리가 날만큼 요동치고, 머릿속에서 그 사람이 떠나질 않는다. 


그것은 쾌락을 동반한 고통이었다. 운명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 그렇게 네가 원하는 상대를 한번 만나봐라’ 아이러니하게 상대 여성은 내게 강한 남성성을 바랐고 나는 그것을 주지 못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여성성의 기질이 많았다. 그렇게 실연은 나를 바닥 밑으로 깊이 내려가게 만들었다. 슬프고 화가 나서 제정신을 차릴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때 우울증이라는 것을 처음 겪었다.


첫눈에 반하는 것은 아름다운 고통이다.


극심한 심적 고통은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이때 왜 이런 결과를 가져왔을까? 어떻게 극복하지? 복수심, 질투심, 원망, 슬픔 등 내 안의 본능적인 감정들이 모두 올라왔다. 숨겨져 있는 욕망들이 거침없이 올라와서 내게 이런 면이 있었나?  스스로 놀라워했다. 한바탕 폭풍이 몰려왔고 지질하고 바보 같고 무지한 나의 그림자를 보게 되었다. 실연은 내 안에 숨어있는 감정까지 쏟아내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주저 없이 길을 찾아 나섰다. 왜 내가 이 모양이 되었나? 고통의 원인은 무엇인가? 몇 년 동안 나의 내면으로 긴 여행기간을 갖게 되었다. 연애는 외견상 가벼운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 속에는 무서운 운명의 법칙이 담겨있었다. 우리는 순진무구하게 만나고 헤어지고, 연애의 화려함과 잔혹함 속에서 성장하고 타락하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사실들에 대해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연애는 으스스한 운명의 법칙이 숨어 있다.  


이렇게 연애의 법칙은 이상적인 이성과 가장 싫어하는 이성을 반복적으로 만나게 해 주고, 내 행동의 결과에 따라 고통과 기쁨을 준다. 실연의 고통이 가장 큰 자극제 역할을 해주었다. 이 무렵 무의식이 다시 내 의식을 지배하는 상태였고, 갈등과 불안으로 가득 차 있었다. 사람이 심적 고통을 받아 극복하지 못하면, 원초적인 본능이 내 정신과 육체를 조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게임, 은둔형 외톨이, 컴퓨터 등 중독은 성장이 멈춘 상태일 때 나타난다. 


실연의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길을 찾았다. 그 고통은 그렇게 나를 행동하게 만들고, 세상 밖으로 나가게 만들었다. 영화 대사처럼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마음의 통증은 정말 그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그러므로 결국 지혜의 여신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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