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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 Apr 22. 2019

연애의 법칙 - 5

외부세계와 내면세계의 여행

5. 자유로부터의 도피

젊은 시절 장기 배낭여행을 무작정 도전했다. 그때는 속박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한국사회에서 벗어나고 싶은 충동이 강했다. 낙오자라는 구속복을 벗어던지고 쇠약해진 정신의 건강상태를 고쳐보려고 했다. 나는 온갖 종류의 트라우마와 콤플렉스를 지닌 환자였고, 여행은 일종의 요양소와 같았다. 보다 높은 경지의 사람들의 세계에 들어선 느낌을 받았다. 한국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문화충격은 어마어마한  정신적 감흥을 주었다. 일찍이 본 적이 없는 일들은 잠재되었던 가능성의 단추를 누른 것 같았다. ‘그래 이곳이야말로 나의 세계, 비밀의 해답이 있는 곳, 속박으로부터의 자유다.’ 나는 기뻐서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신이 났다. 일찍이 본 적이 없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여행은 일종의 속성 치료제였다.


유감스럽게도 여행기간이 끝나자, 몇 년간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다. 외부세계에서 찾은 자유가 내면의 자유로움과 일치하지 않았다. 종교와 명상에 흔들리는 정신을 단단하게 부여잡으려 했지만 균형을 잡지 못했다. 그때 이성으로부터 결핍과 불안정감을 극복하고자 했다. ‘이상형이 뭐야?’ 간혹 나에게 묻는다. 보통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말하지만, 나는 싫어하는 것을 말했다.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피하는 것이 먼저였다. 좋아하는 것만 하고 싫어하는 것을 거부하는 삶을,  자유로운 삶이라고 착각했다.


현실에서 소속감을 갖지 않는 자유로움이 내면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다.


운명의 법칙은 인간이 거부하면 거부할수록 반작용으로 커진다. 내가 도망갈수록 다양한 각도로 도망가지 못하게 한다. 강한 거부감은 강력한 결핍이다. 그리고 거부했던 강한 여성을 상위계층에서 만나게 되었다. 연인관계는 나의 선택권이 있지만, 계층 관계는 선택권이 없다. 직장 상사였던 여성분은 생산적이며 합리적인 사고를 원했다. 그에 반해 나는 창조적이고 비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직원이었다. 우리는 서로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견디지 못하고 회사생활을 길게 이어가지 못했다. 인간관계의 부적응은 무능한 사람으로 변해가고,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이미지를 이어가게 된다. 즉 가족으로부터 풀지 못한 과제를 다시 대물림받게 되었다. 자유로부터 점점 멀어져 갔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운명의 과제다.


그렇게 창조적인 삶과 거리가 멀어지고 사회 부적응자가 되어갔다. 더 이상한 사실은 강한 여성들이 내게 호감을 표시한 경우가 많았다. 운명은 가족력의 모순을 끝까지 풀도록 강요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가장 풀리지 않고 있는 깊이 꼬인 매듭이었다. 내가 강한 여성을 피하고 있구나를 알아채면서 벗어나게 되었다. 여기서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내가 이성에게 이끌린 것은 완벽한 나의 의지인가? 이때부터 인간의 생각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앞서 말한 대로 가족과의 관계로 풀어본 무의식의 영향을 발견하고, 더 확장한다면 보이지 않는 법칙이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나는 미지의 영역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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