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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 Mar 07. 2019

질투가 우리에게 주는 것들

1. 질투에 휘말린 어느 남자의 독백


휠체어에 앉은 백발의 노인은 젊은 시절 자신이 작곡한 음악을 들려준다. 유럽에서 한 때 날려던 살리에르의 음악은 아무도 모른다. 동시대에 활동했던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를 질투하던 살리에르의 비애를 보여주는 오프닝 장면은 압권이다. 우리는 영화 아마데우스(1984, 밀로스 포만 작품)의 주인공 살리에르의 감정에 쉽게 빠져든다. 그것은 바로 질투라는 감정 때문이다. 


‘질투란 타인의 행복을 슬퍼하고 반대로 타인의 불행을 기뻐하도록 인간을 자극하는 한에서의 미움이다'
- 스피노자



살리에르



누구나 살면서 질투한다. 친구, 이성, 또는 유명인, 돈 많은 부자들을 보면 질투심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젊은 세대의 위트 있는 농담 속에 진심이 숨어있다. 청소년 때 놀면서 공부 잘하는 친구가 정말 부러웠다. 강남에 잘 사는 친구들도 부러웠다. 그들과 나의 환경 차이는 보이지 않는 계급을 나 스스로 만들었다. 나의 질투심은 침묵하는 질투였다. 아닌 척 연기해야 최소한 자존심은 지킬 수 있으니까. 


영화 아마데우스로 돌아오면 살리에르는 모차르트를 향해 찬사와 저주를 퍼붓는다. 천박하고 음탕하게 노는 모차르트는 천재적인 작곡자였다. 음악으로 불멸을 꿈꾸었던 살리에르는 질투의 이글거림으로 신에 대한 믿음을 버린다. 살리에르의 소망은 음악을 통해 신을 찬미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저주의 말을 내뱉는 것 밖에 할 수 없다. 


“맹세코 당신을 매장시키겠소. 있는 힘을 다해 당신의 피조물에 해를 끼치겠소”


살리에르는 질투의 대상을 향해 욕망을 표현한다. 모차르트는 죽기까지 살리에르의 질투심을 알아채지 못한다. 현실에서 보통의 인간은 능력 있는 상대를 부러워하고 질투한다. 잘생긴 외모와 능력까지 좋은 엄친아는 좋은 대상이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속으로 최면을 걸어도 부러워서 미칠 것 같았다. 살리에르의 심정을 너무도 잘 알 것 같다. 곰곰이 생각하면 나는 이런 대상들이 너무나도 많았던 것이 놀라웠다. 영화를 보다 보면 '살리에르 씨!! 내 기준에는 당신도 천재야'



2. 신과 인간의 질투


옛날 어느 왕국에 아름답기로 소문난 세 공주가 있었다. 그중 막내딸 프시케의 아름다움은 각별했다. 그녀의 아름다움 때문에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분노가 폭발했다. 아프로디테는 즉시 아들 에로스를 불러 명령했다. “아들아, 네가 나를 사랑한다면 네 화살을 무례한 저 계집애에게 사용해라!” 에로스는 어머니의 명을 따르기 위해 즉시 프시케의 집으로 향한다. 그녀는 잠들어 있었다. 에로스는 그만 프시케에게 마음을 뺏기고 말았다. 신과 인간은 으리으리한 궁전에 살게 되었다. 밤마다 찾아오는 에로스는 프시케에게 자신의 얼굴을 보지 말기를 경고하지만, 두 언니의 질투심으로 에로스와의 약속을 어기게 된다. 


아프로디테



그리스 신화 에로스와 프시케의 이야기 속에 질투심은 중요한 감정으로 작용한다. 아프로디테와 프시케의 두 언니의 질투는 프시케를 시험에 들게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질투하는 당사자보다 질투의 대상이 고난의 길을 걷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너무 아름다워서 질투의 대상이 된 프시케는 오늘날의 이야기에도 찾아볼 수 있다. 오래전 일이다. 나는 인간의 질투심이 어떻게 관계를 파괴하는지 생생히 체험했다. 


전도유망한 세 사람은 단체에서 핵심간부로 활약하였고, 한 사람은 성취욕이 큰 사람이었다. 나보다 앞서 나가거나 인기 많은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쟁취해버렸다. 일의 능률이 좋았던 그 사람은 질투심으로 단체를 해체시키고 유유히 사라졌다. 지금은 가장 성공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나는 의아했다. '어? 원래 악당이 져야 하는 거 아니야?' 현실은 달랐다. 질투의 대상이 되었던 현실의 프시케는 고난의 길을 걷게 되었다. 


질투도 순기능이 있다. 신화와 현실의 이야기 속 질투심은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로 작용한다. 혼란, 혼돈, 파괴, 분출, 분열, 재배열의 이미지다. 그렇다면 인간의 질투심은 무엇이며 어떤 작용을 하는 것인가?



3. 질투에 대한 찬사


연애를 하면 질투를 수반한다. 누군가 내 연인을 가까이하면 긴장하게 된다. 그리고 예기치 못한 긴장을 가지고 온다. 누군가 내 연인을 탐하는 자가 나타났는데, 질투심이 없다면 이건 뭐지? 분명 연인은 실망하거나 떠나는 날을 계산하게 될 것이다. 연인관계에서 적당한 질투심은 건강한 관계를 유지시켜 준다. 지나치면 파국으로 치닫는다. 질투 없는 연애는 관계가 유지되기 힘들다. 질투가 제거된 연애는 결국 헤어진다.


질투만 제거된 사회를 상상해보자. 모두가 상대와 나를 비교하지 않고 알아서 살아간다. 인류평화는 이루어지고 공존하는 사회를 상상하게 된다. 과연 그럴까? 질투의 원리는 내가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일어난다. 한 발짝 더 나가면 가질 수 없다면 파괴행위로 발전한다. 질투심은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혼란과 파괴로 재배열하는 역할을 한다. 아프로디테가 프시케를 질투하지 않았다면 에로스를 만날 일이 없다. 두 언니가 질투심이 없었다면 프시케와 에로스의 딸 ‘기쁨’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질투의 화신 헤라


다시 돌아오면 질투만 제거된 사회는 곧 정체기가 올 것이다. 건강치 못한 관계는 빨리 해체하고 다시 재배열하는 것이 성장하는 지름길이다. 질투하지 않는 연인관계는 계약관계이거나 중생의 사랑을 깨달았다. 이렇게 시기 질투는 건강한 긴장감을 주기도 하고 사회발전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 질투의 대척점은 무욕, 내가 가지고 싶은 욕심이 없다면 깨달았거나 혹은 무지한 상태다. 이처럼 질투심은 악마의 날개를 단 천사의 모습을 하고 있다. 



4. 질투의 끔찍한 악몽


좋아하는 사람을 누군가에게 빼앗긴다는 것은 어지간히 참기 힘든 고통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살의를 느낄 만큼 질투심은 극도의 분노로 발전했다. 상대가 나보다 잘 나가고 덩치가 커서 덤비지 못했지만, 아니었다면 한바탕 난리를 쳤을지도 모른다. 심심치 않게 사회일면에 데이트 폭력이 이슈화된다. 자칫 일면에 내가 주인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한 것을 빼앗겼을 때, 질투심은 적개심으로 변하더라.


인기 없는 남자가 인기 있는 남자에게 연인을 빼앗긴다는 것. 마음의 지옥을 경험했다. 심지어 인기 있는 남자는 재력과 능력이 출중하다. 리더십도 있고 키도 크다. 모든 스펙들이 나와 비교대상이 되지 않았다. 그녀는 인기남에게 떠나가고, 쿨하게 보내는 주는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역시 현실에서 겪어보면 달랐다. 질투심에 머릿속에 기억된 그녀와의 추억들을 다 삭제하고 싶었다. 질투심이 우울증으로 발전했다. 내가 느꼈던 가장 강력한 질투심이었다. 



5. 질투의 지혜


질투의 원리는 무지함 때문에 질투가 일어난다. 내가 저만큼 잘할 수 있는데 못하고 있으니까 질투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듯이, 타인의 행복을 슬퍼하는 마음은 내 무지함을 알려준다. 

질투, 시기심, 분노, 적개심 등의 감정은 인간 스스로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는 측정기의 역할을 한다. 세상에는 쓸모없는 감정이란 없다. 존재한다는 것은 쓸모 있음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승패가 달려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질투한다. 그러지 않겠다고 마음먹는다고 질투심이 없어지지 않는다. 감정을 억누른다고 나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을 옭아매는 덫이 될 수 있다. 질투심을 느끼면 마음껏 질투하자. 품어내고 발산하자. 감정도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그 끝의 두 갈래길이 있다. 분노의 길과 성숙의 길이다. 질투하고 세상을 향해 분노한다면 자신의 그림자를 보게 된다. 질투함으로써 자신의 무지함을 인정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빛을 보게 된다. 


질투란 무지함의 암시이며 그림자의 유혹이다. 


인간의 모든 감정이 오늘의 나를 만든다. 인간이 타인과의 비교의식을 가진 것은 본능적인 성장욕구 때문이다. 명확하고 뚜렷한 감정의 제시를 무시하지 말자. 질투의 지혜를 활용하는 것은 위대한 나의 발견으로 가는 길이다. 내 무지의 원인을 알려주는 질투의 힘을 활용한다면, 자신을 발견하는 지혜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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