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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 May 13. 2019

말 한마디의 나비효과

꼴찌의 갈등 극복 연대기

부모님은 20년을 당골로 다니는 철학관이 있다. 한 해가 바뀌면 신년운세를 항상 보러 다녔다. 그런데 갑자기 다른 점집을 가서는 어머니가 시름시름 앓게 되었다. 무슨 일이 있는지 자초지종을 물었다. 아는 분이 유명하다고 소문난 점집을 가게 되었는데, 운세를 보다가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게 되었다. 칠순이 되면 죽게 된다는 소리를 했다고 한다. 


나는 펄쩍 뛰면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다독였다. 하지만 어머니는 몇 달 동안 힘들어하셨고, 급기야 정신과 치료 상담을 하고 우울증 판정을 받았다. 약을 먹고 하루 종일 누워만 계셨다. 20년 당골 점집에 가서 다시 운세를 보고 그 점쟁이가 잘못 봤다는 말을 듣고 안심하셨다. 말 한마디에 사람 목숨이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나도 말로 상처를 많이 주지 않았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말로 상처 받고 말로 상처 준 기억이 많다. 우울증을 이겨내기 위해 사진을 배울 때, 한 여자 학우의 사진을 봤다. 그녀의 사진을 보며 나도 모르게 한 말, ‘실물보다 사진이 잘 나왔네’ 그녀의 표정을 봤을 때 아차 싶었다. 이미 늦었다. 나도 호감이 있었는데 그 말 한마디에 자신감을 잃었다. 


그녀의 상처 받은 표정으로 관계의 끝을 예감했다. 살다 보며 웃기려고 농담을 던진 말들이 의외로 아웃된 경우가 많다. 유머도 재능이 필요한가 보다. 대화하다 말이 끊겨 어색해지면 농담으로 분위기 전환하려다 참 실수를 많이 한 것 같다. 왜 그런지 수없이 고민한 결과 지금에 이르러 알았다.



글은 실수를 확인하고 수정할 수 있지만, 말은 불가능하다. 사람의 말이 곧 인격이다. 내 인격을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에 감출 수 없다. 평상시 무슨 생각으로 살고 있는지, 무엇을 배우고 집중하고 있는지에 따라 입에서 나오는 말이 다르다.  정치인의 말 한마디에 국민은 분노하고 연예인의 말 한마디에 환호한다. 공인의 한마디 말은 힘이 있고 일반인의 말은 힘이 없을까? 


애석하게도 아무 생각 없이 산 세월이 길었을 때, 사람들에게 말로 더 상처를 주었다. 생각 없이 뱉은 말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이 돌직구였다. 아무리 옳고 바른말이라고 해도 타인에 대한 존중 없이는 상처가 되었다. 상처 줄 의도로 한 말이 아니더라도 상처 받은 값의 두배로 나를 아프게 했다. 나는 미안한 감정으로 자책하고 괴로워했다. 꼼꼼히 생각해보면 그 원인은 타인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고 있었다.




말실수가 많은 것은 상대방의 말을 잘 소화를 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듣는 것도 딱 내 수준만큼 들을 수 있다. 한심하게도 언어능력도 하위권이었다. 그래서 몇 년 동안 말하는 법보다 듣기를 연습했다. 주의 깊게 들으며 상대방이 무슨 의도로 이야기를 하는지 핵심을 파악하려고 노력해야 했다. 다행히 말실수가 줄고 타인을 존중하는 자세가 조금씩 배어 나왔다. 말실수를 줄이는 방법은 내 생각을 성장시켜야 가능한 법, 치열한 사색과 고민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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