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통증이 시작된 지 어느덧 두 달이 흘렀다. 그동안 다녀온 병원만 총 네 군데다. 한 곳만 다니는 게 좋다는 생각도 들지만, 몇 달 동안 차도가 없는 듯한 느낌이라 이곳저곳을 방문하게 되었다.
첫 번째 병원을 찾았을 때는 심각한 문제는 아니고 운동을 무리해서 염증이 생긴 것 같다고 하셨다. 의사 선생님의 무심한 말투 덕인지 오히려 별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진통제를 처방받고 물리치료를 권유해 주셨다. 걷는 것 자체가 아프기도 했고 가능한 움직이지 말라는 조언에 따라 팀에 양해를 구하고 재택근무를 했다. 주말에도 거의 나가지 않았다. 2주 정도 약도 빠짐없이 챙겨 먹고 물리치료도 열심히 다녔지만, 여전히 아팠다. 병원 위치가 동선상 살짝 돌아가는 곳에 있어 고민하다 집에서 더 가깝고 평이 나쁘지 않은 병원으로 옮기기로 했다.
통증 발생 2주 차, 두 번째 병원에서는 초음파 검사를 진행했고 힘줄과 인대 쪽에 염증이 보인다고 했다. 심하진 않지만 쉽게 말해 무릎에 물이 약간 차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주사를 맞을 정도는 아니지만, 통증이 오래 지속된다면 인대 강화 주사를 고려해 보자고 하셨다. 덧붙여 내가 선천적으로 무릎 연골이 얇은 편인 것 같다고 하셨다. 생각해 보니 어떤 이유에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몇 년 전에도 무릎이 아파 병원에 다닌 적이 있었다. 혹시 무릎 연골이 약한 게 아니라 조금씩 닳아서 얇아진 건 아닐까. 그러고 보니 외할머니도, 엄마도 무릎이 아파 꽤 오랫동안 고생을 하셨다. 엄마가 내 나이 혹은 조금 더 지났을 때 무릎에서 물을 뺐던 기억이 났다. 엄마는 오랫동안 서 있는 직업을 오랫동안 해서 아픈 줄 알았는데 유전적으로 약했던 걸까. 이유야 어찌 되었든 무릎 자체가 튼튼한 편은 아닌 것 같다. 또다시 진통제를 처방받아 복용하며 물리치료를 열심히 다녔다. 이곳 의사 선생님 역시 움직이지 말라고 당부하셨기에 재택을 하며 가능한 무릎을 아꼈다.
두 번째 병원에서 2주 정도 치료를 받았으나, 조금 나아졌나 싶으면 또 통증이 반복되었다. 의사 선생님은 염증을 완전히 없애는 게 가장 중요하고, 그전까지는 무리하면 안 된다고 강조하셨다. 회사에 이야기해 재택도 하고 있고 주말에도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있어 무리의 ㅁ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나아진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무릎이 다치기 몇 달 전에 예약해 둔 2주간의 여행이 다가오면서 마음이 더 조급하고 불안해졌다. 선생님도 주사 치료 옵션을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다. 그 이름만으로도 너무 무서워서 피하고 싶은 옵션이었다.
결국 세 번째 병원으로 한의원을 찾았다. 발목 인대도 약한 편이라 1~2년에 한 번씩은 인대가 늘어나곤 하는데, 이때 한의원에서 효과를 톡톡히 봐서 인대와 힘줄 염증은 침이 최고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형외과에서 주사 맞는 게 싫어서 한의원으로 도피한 마음도 있었다. 한의원에서는 일반 침치료로는 회복이 어려울 수도 있어 약침이 효과가 좋다고 하셨지만, 두려운 마음에 일반 침치료만 받았다. 그리고는 어차피 차도가 없다면 원래 가던 정형외과나 가야겠다 싶어 그 이후로는 더 방문하지 않았다.
한 달 정도 병원 치료를 받고 나니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고 병원도 여러 곳을 가며 좋지 않은 경험도 했지만, 어쨌든 호전된 부분이 있었다. 계단은 오를 수 없는 상태였으나 집에서 병원까지 걸어가는 것은 할만해졌고, 걸을 때의 통증도 처음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그런데 몸의 이상증상이 나타났다. 발가락에 습진이 생긴 것처럼 붓고 오돌토돌해지는 느낌이 들었고 걸을 때마다 지끈거렸다. 기존과 달라진 점은 물리치료, 진통제 복용, 그리고 걸음걸이의 변화였다. 지금까지 진통제를 먹으면서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었던 것 같지만 이렇게 몇 주 연속 먹은 적도 없었던지라 가장 의심이 되었다. 약 성분을 찾아보니 드물게 말초 신경이 붓는 부작용이 있다고 한다. 의사 선생님은 가능성이 매우 적다고 하셨지만, 여행을 다녀와서 발가락 통증이 사라진 것을 보며 나는 진통제를 더 많이 의심하게 되었다.
그리고 근력 운동을 시작했다. 무릎이 아플 때 병원 가는 것 말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유튜브, 인스타, 각종 웹사이트, 그리고 gemini까지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찾았다. 무릎이 아픈 사람도 할 수 있는 운동이 있다고 하여, 영상으로 새로운 운동을 발견할 때마다 낮은 강도로 시도해 봤다. 좋지 않은 환자의 표본 같아서 부끄럽지만 의사 선생님에게는 비밀로 했다. 운동을 하지 말라고 하는데 운동을 하는 나쁜 환자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은 지키고자 통증이 오면 바로 그만뒀다. 유일하게 그나마 괜찮았던 것이 누워서 다리 들기와 앉아서 다리 들기 운동이었다. 거의 한 달을 걷지도 않고 움직이지 않았더니 허벅지 근육이 많이 사라진 상태라 그냥 다리를 드는 것도 너무 힘들었다. 처음에는 맨몸으로, 조금 익숙해지자 집에 있던 붉은색 세라밴드(강도가 꽤 약한 편으로 알고 있다)를 이용해 강도를 높였다. 10번씩 3세트에서 20번씩 3세트로 횟수도 늘려갔다. 무릎이 조금이라도 아프면 바로 중단하고 횟수를 줄이거나 부하를 줄이는 식으로 조절했다. 이 운동을 시작한 후로 걷는 것이 조금 편해진 느낌이라 기분이 좋았다.
예정된 2주 여행을 떠났다. 가기 전까지만 해도 취소할까 말까 수없이 고민했지만, 취소 수수료와 흔치 않은 기회라는 생각에 가기로 결심했다. 대신 무리하지 말고 철저히 대비해서 다녀오자 다짐하며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 아침마다 3세트씩 운동하기. 운동을 하고 걸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통증이 달랐기 때문에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만 했다. 둘째, 평소 여행 대비 걸음수를 절반으로 줄이기.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틀째 되는 날 조금 흥이 올라서 무리했는데 그날 이후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져서 이후부터는 굉장히 조심했다. 셋째, 계단은 피하고 어쩔 수 없으면 한 번에 한 계단만 오르내리기. 다행히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자연스러운 나라와 도시에 다녀와서 눈치가 보이진 않았다. 넷째, 숙소에 돌아오면 무릎 얼음찜질하고 자기 전에는 근육 열찜질하기. 다섯째, 소염진통 효과가 있는 파스 바르기. 소염진통제를 먹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 소염진통 효과가 있는 파스나마 바르며 염증이 조금이라도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했다. 결과적으로 이런 노력들이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무리가 되는 부분도 있었겠지만 덕분에 무사히 여행을 마쳤고 오히려 무릎 주변 근육이 약간 붙은 느낌도 들었다. 물론 '무릎이 더 나았다'고는 말할 수는 없고 미리 잡혀있던 것이 아니었다면 여행을 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럼 병원에서 받는 치료도 더 여유롭게 받았을 수 있을 것 같고 빨리 낫지 않아 애타는 마음도 훨씬 적었을 것이다.
여행을 마치고 통증이 시작된 지 한 달 반이 지났을 즈음, 네 번째 병원을 찾았다. 여행에서의 강행군 덕분인지 15분 정도는 쉬지 않고 걸을 수 있게 되었으나 여전히 계단은 오르지 못하는 상태였다. 통증은 4분의 1 정도로 줄었다. 그리고 병원을 또 바꾼 것에 대해서 변명 아닌 변명을 남겨두자면, 네 번째 병원은 사실 내가 원래 다니던 정형외과였다. 집에서 살짝 거리가 있어서 집 근처 병원부터 방문하기 시작하다 상태가 호전되어 거리 부담 없이 옮기게 되었다. 제발 이곳이 마지막 병원이길 바라며 치료를 받았다.
네 번째 병원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말씀해 주셨는데, 엑스레이를 보시더니 무릎뼈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했다. 아마도 허벅지 외측 근육이 내측 근육보다 강해 힘이 계속 들어가다 보니 어긋난 것 같다고 하셨다. 초음파에서는 특별히 큰 염증이 발견되지 않아 한 달 동안 열심히 치료받은 것이 효과가 있었나 보다 싶었다. 진통제, 물리치료, 도수치료를 받으라고 하셨다. 진통제 부작용 의심 증상에 대해 말씀드렸더니 흔하지는 않아서 일단 먹어보자고 하셨는데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다. 의사 선생님은 가능성이 매우 낮을 것 같긴 하지만 약이라는 게 혹시 모르니 조심해서 나쁠 것이 없다고 하셨고 더 이상 약을 먹지는 않고 있다. 도수치료에서는 충격파를 받고 허벅지 근육 강화를 위한 운동법을 배울 수 있었다. 허벅지 전체 근육을 위한 목적의 누워서 다리 들기와 내측 근육을 키우기 위해 누워서 다리 안쪽으로 모으기를 배워서 하고 있다. 혼자서 했던 운동이 틀리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미니 스쿼트도 해보라고 하셨는데 아파서 그만두었다. 계단을 걸을 수 있을 정도가 될 때까지는 계속 운동을 하면서 병원을 다녀보려고 한다.
무릎 통증이 이렇게 오래갈 줄은 생각지 못했다. 처음 통증이 왔을 때는 10km 마라톤을 1주일 앞둔 시점이었고, 일주일 쉬면 나갈 수 있겠거니 생각했다. 걷거나 달리기를 하면 아프니 계단 오르기를 하면서 허벅지 근력이라도 단련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하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아주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마라톤을 포기하고 난 후에는 한 달 남은 여행 전까지는 다 나을 거라 믿었다. 차도가 느려 한 주 한 주 지나갈 때마다 안절부절못했다. 결국 부상을 안고 여행을 다녀왔고, 무리가 되었겠지만, 오히려 그때 얻은 에너지 덕분에 지금 무리하지 않으려고 집에서 쉴 때 억울한 마음이 들지 않아 취소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두 달쯤 통증이 이어지니 해탈을 한 걸까, 어떤 종류의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3월쯤 돼서 날이 조금 풀리면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2~3달은 더 재활하고 근육을 키워야 할 것 같아 5~6월에 달릴 수 있다면 다행이다 싶다. 다행히 지금은 날이 너무 추워서 달리기는커녕 어디 나가고 싶은 생각도 없어서 우울하거나 하지도 않다. 새로 배운 근력운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하루에 15~20분은 걸리고, 하고 나면 제법 힘이 들어서 운동 생각이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지금 하는 재활운동을 한창 달리기를 즐기던 때에 다치지 않기 위해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두 달간의 투병기는 이 정도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머지않은 시기에 좀 더 차도가 있길, 달리기든 뭐든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며 두근대는 마음을 전할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