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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경 Aug 12. 2018

뮌헨을 여행하는 4가지 방법 - 2

전 요리를 잘 하지는 못해요. 하지만 제가 가장 아끼는 물건 중 하나는 바로 그릇이죠.


그릇은 제가 신혼살림 중에서 가장 힘을 줬던 물건인 듯해요. 김시영 도예가라고 영롱한 까만 빛이 나는 흑자를 만드시는 도자기 장인이 계시는데요. 독특한 색감과 문양에 반해 큰 맘먹고 도예가님의 작품들을 구매했었어요.


그 그릇에는 어떤 음식을 담아도 근사한 요리가 되어요. 라면을 담아 먹어도 대접받는 느낌이랄까요.


오른쪽 두 개가 김시영 작가님의 그릇. 왼쪽 머그잔은 박순관 작가님의 작품인데, 촉감마저도 너무 좋아요.

김시영 작가님의 그릇처럼 근사한 곳이 뮌헨에도 있었는데요, 피나코테크 데어 모데르네(Pinakothek der Moderne)라는 미술관이었어요.


좋은 작품이 전시되어 있기도 했지만, 작품들이 더 빛날 수 있었던 건 그들을 담은 미술관 덕이었다고 생각해요.


뮌헨의 피나코테크(Pinakothek)

특히, 피나코테크 데어 모데르네(Pinakothek der Moderne)


피나코테크 데어 모데르네는 뮌헨의 쿤스트아레알(Kunstareal)에 위치해 있는 미술관 중 하나예요.


쿤스트아레알은 뮌헨의 예술 지구로, 14개의 미술관/박물관과 문화 관련 기관, 대학 등이 모여 있는 곳이죠. 장장 200년에 걸쳐서 발전된 곳인데, 거의 모든 미술관들이 도보로 이동이 가능할 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어요.


이 곳에 있는 미술관이나 박물관들은 각각 전시하는 작품에 어울리는 외관을 가지고 있어서 건축적으로도 즐거운 자극을 받을 수 있답니다. 피나코테크 데어 모데르네는 저희 부부에게 특히 더 그랬고요.


동그란 천장 중 일부. 오른쪽 빛의 모양이 보이시나요!


이 건물의 가장 큰 특징은 미술관 안에 햇빛을 들였다는 점이에요. 미술관 원형 모양의 천장은 유리로 뚫려 있어서, 자연광을 그대로 실내로 들여오죠.


그 덕분에 이른 아침, 해가 쨍쨍한 점심, 그리고 해 질 녘 오후에 이르기까지 햇빛 색깔과 그림자 길이가 달라져서, 그 햇빛과 그림자를 품은 미술관 역시 조금씩 그 모습이 바뀌어요.


천장뿐만 아니라 곳곳에 큼지막한 유리창들이 있어서 곳곳에 다른 모양으로 수놓아져 있는 햇빛을 감상하는 기쁨도 쏠쏠하고요.


사진의 모든 빛이 자연광이에요.




미술관 안을 비치는 햇빛 못지않게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전시실마다 한가운데 자리 잡은 벤치와, 그 위에 무심한 듯 놓인 작품에 대한 책.


전시실 한가운데 의자와 책이 한 폭의 그림처럼 놓여 있어요.


보통 미술관에서는 작품에 대한 설명을 벽에만 써 놓잖아요. 반면 여기서는 의자에 앉아서 천천히 책을 읽으면서 작품을 느리게 감상할 수가 있어요.


일종의 배려처럼 느껴지는 한편, 전시실마다 책 한 권씩 툭 놓여 있는 모습이 시크하게 멋있기도 하고요. 저도 그 덕에 맘에 드는 그림 앞에서 한동안 가만히 앉아서 그림을 감상하며 책을 넘겨 보기도 했죠.


독일어를 못해서 책은 금방 덮긴 했지만요!


제가 앉아서 책을 펼쳐봤던 곳. 작은 공간이었어요.



마지막으로 이 건물은 바깥과 안에서의 모습이 달라요. 외관은 어쩜 차가워 보이기도 하는 모던한 사각형인데, 안에 들어가면 위에서 말씀드린 동그란 천장을 중심으로 원형이거든요.


미술관을 들어오거나 나갈 때 공간의 성격이 달라지기에 신선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외관은 이렇게 기둥과 함께 직선적인데,
내부는 곡선적이에요.


이 곳에서 전시하는 작품들도 정말 좋았답니다! 회화에 국한된 게 아니라 여러 장르의 예술 작품을 전시하고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특히나 저희가 갔을 때는 한국 관련 전시도 열리고 있어서 뿌듯했던 기억이 있어요.


벽에 있는 포스터 자세히 보시면, 한국어예요.


참, 사실 미술관 내부에 자연광을 담는다든가, 전시실 안에 시크하게 책 한 권 놓여 있다든가 하는 위에서 열거한 특징들은, 사실은 다른 피나코테크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요.


즉 중세 미술(바로크~로코코 시대 작품)을 전시한 알테 피나코테크(Alte Pinakothek), 근대 미술(19세기 아르누보부터 인상주의 작품)을 전시한 노이에 피나코테크(Neue Pinakothek)에 방문하셔도 비슷한 즐거움을 얻으실 수 있다는 의미죠.


미술관 입구의 이런 한가로운 풍경은 덤이죠! 사실 남편은 미술관 안보다 밖의 평화로운 풍경을 감상하는 게 더 좋았다네요.


그저 현대 미술관인 피나코테크 데어 모데르네가 그중 가장 저희 부부 취향이었던 거예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보다 익숙한 고흐, 고갱, 세잔 등의 작품을 전시하는 노이에 피나코테크가 더 인상 깊을 확률도 높다고 생각해요.


끝으로, 일요일에는 뮌헨의 박물관과 미술관 모두 1유로로 저렴하게 관람이 가능하니 참고하세요. 미성년자는 여권만 보여주면 무료입장이고요! 평소 입장료인 7~10유로에 비해서 파격적인 가격이라 놓치면 아쉬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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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너무 길어져, 뮌헨의 마지막 추천 스팟은 다음 글에 담으려고 해요. 뮌헨에서 느꼈던 개인적인 감정들과 함께 다음 글에서 찾아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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