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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경 Sep 09. 2018

뮌헨을 여행하는 4가지 방법 - 3

뮌헨을 여행하는 4가지 방법의, 마지막 4번째를 소개하는 글이네요.


마지막은 사실 별 거 없어요. 김샐지도 모르고요. 왜냐하면 제가 소개할 마지막 방법은, 뮌헨의 가장 큰 공원인 '영국 정원(English Garden)'에 들르라는 거거든요.


영국 정원 (출처: haoda1188.com)

영국 정원(Englischer Garten)

나만의 산책 코스를 만들어 보기


아마 뮌헨을 방문하는 많은 분들이 영국 정원에 대해 아실 거예요. 영국 정원은 우리나라 여의도의 절반만한 크기로 뉴욕 센트럴 파크보다도 큰 곳이죠.


영국 정원은 어마어마하게 커서 일주일을 꼬박 돌아도 속속들이 알기 힘들고, 출입구도 당연히 여러 개예요. 이 크나큰 영국 정원에서 나만의 산책 코스를 만들어보는 게 어떨까, 하고 추천드려요.




서울 광진구의 어린이대공원


저는 신혼 생활을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근처의 작은 집에서 했어요. 그 덕에 남편과 어린이대공원으로 산책을 자주 다녔고, 엄마가 집에 찾아오시는 날이면 같이 공원을 걷기도 했죠. 가끔 친구들과도 산책을 했고, 저 혼자 걸을 때도 있었고요.


그때마다 느꼈던 건,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공원을 즐기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이에요.




저희 남편은 굉장히 안정적인 사람이에요. 남편은 공원을 한두 번 걷더니, 쾌적하고 평탄한 최적의 코스를 발견하고는 그 코스로만 계속 산책을 했어요. 


그래서 남편과의 산책길은 예측 가능했고, 엄청나게 새로운 걸 발견한 적은 없었죠. 대신 편안했고, 늘 그 자리에 있지만 조금씩 바뀌는 것들에 대해 주의를 기울일 수가 있었어요.


겨울에는 앙상했던 나뭇가지에 봄에 새싹이 나기 시작하는 걸 보면서, 정물처럼 느껴지던 나무가 진짜로 살아 있고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걸 실감했었죠. 같은 길인데도 산책하는 시간, 요일, 계절에 따라 산책하는 사람들이 바뀌는 걸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었고요.


언제 산책하느냐에 따라 산책길에서 누구를 만나느냐가 달라지죠!



엄마와의 산책은 달랐어요. 한 번도 같은 적이 없었죠. 엄마는 걸을 때마다 조금이라도 다른 곳으로 산책하길 원하셨어요. 덕분에 엄마가 오시는 날이면, 저는 평소에는 가보지 못했던 재미난 길들을 발견하곤 했죠.


넓고 깨끗한 길뿐만 아니라 작은 오솔길 같은 곳을 걸어 보기도 했고, 언뜻 보면 길이 아닌 것 같은 곳을 가로지르기도 했고요. 또 어떤 길은 날이 깜깜해지니 무서울 만큼 외지고 한적해서, 들어갔다 얼른 다시 나오기도 했어요. 산책을 하러 나갔다가 뜻하지 않게 공원 안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 적도 있었어요.


엄마와의 산책은 걸리는 시간도 매번 달랐고, 걷던 거리의 질감도 매번 달랐죠. 어느 날은 좁고 폭신폭신한 흙길, 어느 날은 평탄하고 넓은 아스팔트 길. 엄마와의 산책 루트는 절대 다음번에 다시 따라 할 수 없을 만큼 다채롭고 새로웠어요.


외부 철문이 위압적이어서 들어갈까 말까 한동안 고민했어요. 용기를 내어 철문을 열어 보니, 오아시스 같이 비현실적으고 평화로운 수영장이 펼쳐져 있었죠. 엄마와의 산책과 닮았달까요.




뮌헨의 영국 정원에서는 우리나라의 어린이대공원 이상으로, 자기만의 산책 스타일, 자기만의 길을 만들 수 있어요. 할 거리, 볼거리가 무궁무진하거든요.



나만의 코스를 만들기 위해 제안하는 첫 번째는, 아이스바흐벨르(Eisbachwelle)라는 서핑장이에요. 뮌헨을 가로지르는 이자르(Isar) 강의 지류인 아이스바흐(Eisbach) 강의 물길이 시작되는 곳에 위치하죠.


이 곳에서는 누구든 서핑을 즐길 수 있어요. 근처에서 서핑보트를 대여해서, 줄을 서고 차례로 순서를 기다리기만 하면 되죠. 단, 쳐다보는 사람이 많으니 부끄러움을 많이 타시는 분들은 유의하셔야 해요. 저희가 방문했던 때에도 몇십 명의 사람들이 서퍼들을 지켜보고, 응원하고, 촬영하고 있었답니다.


(출처: expedia.com)




두 번째는 중국 탑 앞 비어가르텐(Biergarten). 비어가르텐은 영어로 치면 Beer와 Garden의 합성어이니 맥주 정원이라는 뜻이고, 그래서 맥주집이라고 오해하기 쉬운데요.


사실 비어가르텐은 음료만 마셔도 되는, 야외 식당에 더 가까워요. 레스토랑의 야외 테라스 느낌이랄까요. 맥주 말고도 여러 음료를 팔고, 그래서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단위 방문객들도 많죠. 


영국 정원에는 4개의 비어가르텐이 있는데, 중국탑 앞의 비어가르텐은 7000여 명의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어서 가장 유명하죠. 여름에는 비어가르텐이 열리고,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고 해요. 참, 근처에 나무로 된 오래된 회전목마도 있어요, 아이들 용이지만요.

여름의 중국탑, 비어가든 (출처 : orbitz.com)
겨울의 중국탑, 크리스마스 마켓 (출처: theguardian.com)
아이들용 회전목마. 참고로 실물보다 상당히 잘 나온 사진이에요. (출처: expedia.com)

이외에도 Seehaus, Hirschau, Aumeister 비어가르텐도 모두 매력덩어리라, 찾아보시고 가장 끌리는 곳으로 가시길 권해요.




마지막으로 추천드리는 곳은 Kleinhesseloher Lake (Kleinhesseloher See)라는 영국 정원 내에 자리 잡은 호수.


호수에서 수영을 즐길 수도 있고요, 보트를 탈 수도 있어요. 그러다 오리나 백조도 만나게 될 거고요!


평화롭게 하루를 즐기기에 손색없는 곳이에요. 위에서 말씀드린 비어가르텐 중 Seehaus 비어가르텐도 이 근처에 있답니다.


위 세 개 사진 모두 출처는 expedia.com




뮌헨 여행은 여행이라기보다는 편안하고 안정적인 삶의 축소판 같았고, 영국 정원은 그 뮌헨의 축소판 같은 느낌이었어요.


내 취향껏 여러 길을 선택할 수 있어요. 어떤 길이든 엄청 놀랍거나 짜릿하거나 감동적이지는 않지만, 대신 평화롭고 안전하죠.


저는 여행 갔던 당시에는 뮌헨 같은 여행이, 일상이 사실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졌던 게 사실이에요. 여기 사람들은 무슨 재미로 사나 싶기도 했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잔잔한 평안함이 그립고, 그 평화로움이 사실 정말로 소중하고 지켜내기 어렵다는 걸 깨닫고 있어요.


모든 게 정리가 안 되고 뒤죽박죽일 때, 뮌헨에 한 번쯤 들러 보시길 권해요.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에 대해 차분히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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