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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경 Jun 01. 2016

불편해서 매력적인 후암동의 추천 스팟 3개

일주일 전 친구들과 후암동에 들렀어요. 


후암동은 용산구에 있는 남산 근처의 동네에요. 이 곳의 첫인상은 참 '불편하다'라는 것. 


골목이 되게 좁고 구불구불한 데다 경사까지 엄청 가팔랐거든요. 게다가 동 안에 지하철역 하나 없고 택시도 다니기 힘들어 거의 유일한 교통수단은 버스. 


하지만 이 곳에서 반나절을 넘게 보내보니 알겠더라구요, 불편함이 매력이 되는 곳이 있다는 걸. 


Avec El 아베크엘

그림 같은 공간


사실 저희는 후암동에 여기 때문에 갔어요. 인스타그램에 하도 사진이 많이 올라오길래, 대체 얼마나 예쁘길래 그러나 하는 심정으로 가 본 거죠.


서울역에서 내려서 한 15분은 걸었던 것 같아요. 길 헤맨것까지 포함하면 20분 넘게. 


아베크엘은 나란히 줄서있는 전통시장을 지나, 작고 낡은 집들을 지나, '컴퓨터세탁'이라고 써있는 옛날 세탁소 옆의 언덕길에 위치하고 있었어요.


카페는 생각보다 작았어요. 그리고 생각보다 고급스럽지도 않았고요.


약간 실망하고 앉아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제가 마치 그림 속으로 들어와 있는 것 같은 거에요. 다른 세상에 들어온 것처럼요.


한산한 평일 오후라 그랬을까요. 편안했고, 평화로웠고, 결국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햇빛이 더 환한 날에 한번 더 오고 싶다는 생각도.


음료도 그림 같았어요. 이건 홍차 라떼였던가요, 베스트셀러 중 하나라고 해요.


이건 제가 시켰던 링고 라떼. 사과가 라떼 안에도 들어가 있어요. 


이 곳의 케잌이나 음료는 많이 특별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맛있었어요. 이 곳의 분위기에 딱 맞을 만큼 -


아베크엘의 풍경들. 모던한데 따뜻하죠.





Oriole 오리올

숨은 파라다이스


아베크엘에서 언덕으로 쭉 올라와서 녹사평역 있는 쪽으로 걸어갔어요. 그러다 만난 오리올.


가수 정엽이 운영하는 곳이라 해요. 오픈한지 한두달 밖에 안 됐대요.


3층까지 있다는 말을 듣고 무작정 3층으로 올라갔는데 이런 풍경이 있는 거에요. 서울에서 이렇게 멋진 분위기의 루프탑 테라스를 만나다니 조금 감동적이었어요.


오리올은 겉보기랑은 다르게 굉장히 수수해요. 이 사진들은 루프탑으로 올라가는 길인데, 보시다시피 소박하죠.


건물 외관도 이국적이에요. 그리고 건물의 저 하얀색이 마냥 하얗지 않고 때가 많이 타 있잖아요, 그런 빛바랜 듯한 느낌이 매력적인 곳이었어요. 


참, 오리올은 바와 카페라고 해요. 저희는 식사를 할 계획이었어서 고민하다 결국 아무것도 못 시키고 나왔어요. 다음에는 꼭 루프탑에서 칵테일 한 잔 하고 싶어요.





The 100 Food Truck 더백푸드트럭

패티가 두툼한 수제버거집


그렇게 오리올에서 빠져나와서 방문한 곳은 바로 옆의 더백푸드트럭. 제가 햄버거를 참 좋아해서 들어가자마자 너무 설렜어요.


여기까지 3개 이미지 : http://nikonblog.co.kr/1024

여기도 오리올처럼 3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내부공간은 좀 협소한 편이에요.


주문받는 곳은 이렇게 1층에 있는데 두줄로 움직이기 힘들 만큼 좁답니다. 계단도 굉장히 가파르고 좁아요.


옥상에서 본 경치. 오리올과 바로 붙어 있어서 오리올 루프탑의 풍경이 보이네요.


더백푸드트럭의 루프탑이에요. 전혀 고급스럽지 않고 소박하죠. 


비닐 같은 걸로 투박하게 만든 듯한 저 천막, 그리고 그 위에 무심히 걸쳐놓은 천과 전구. 식탁은 캐비넷 위에 나무판 하나 대충 올려놓은 것 같고 의자도 편해 보이지 않아요.


그런데 너무 멋있는 거에요. 괜히 다른 무언가를 어설프게 흉내내려 하지 않고 그냥 그렇게 무심하게, 대충 놓여져 있는 모든 것들이요.


http://nikonblog.co.kr/1024

루프탑의 매력을 이미 아는 사람들이 많은지 3층은 이미 예약이 꽉 찬 상태였답니다. 저희는 2층에 내려와 수제버거와 파니니, 악마의 베이컨을 먹었어요.


사진처럼 패티가 굉장히 두툼해요. 감동 받을 정도로 맛있는 건 아닌데, 다음에 한번쯤 더 와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맛이었어요. 투박한데 매력적인 이 곳의 분위기를 쏙 빼닮았더라구요.




서울은 외국인에게도 우리에게도 어느 정도는 편리함의 대명사인 곳이죠. 후암동은 그런 서울의 다른 면을 슬쩍 들춰주는 것만 같은 곳이었어요.


좁은 언덕길, 협소한 공간, 안락함과는 거리가 먼 인테리어, 불편한 교통. 이런 모든 불편함이 매력이 될 수 있다는 게 괜히 위안이 되더라구요.


햇살이 너무 따가워지기 전에, 후암동 골목길 한 번 거닐어 보시는 건 어떨까요.




* 출처가 적혀있지 않은 건 저희가 직접 찍은 사진들이니 퍼가실 땐 꼭 출처 표기 부탁드립니다.

* 이 글은 원래 제가 빙글(Vingle)에 작성했었어요. https://goo.gl/MYzHsM

* 좀 더 개인적이고 짧은 이야기들은 @smalltalk._에서 함께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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