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한 순간들이 만드는 삶의 여백
사람들이 어떤 여행지를 두 번 이상 방문하는 이유 중 하나는, 다른 사람들을 그곳으로 데려가기 위함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정말 좋다고 느꼈던 경치를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자기가 정말 마음에 들어했던 음식을 누군가에게 맛 보여주기 위해 그곳으로 돌아간다.
「여행의 심리학」 中
저와 남편의 포르투갈 여행은 꼭 그런 방식으로 시작됐어요. 작년에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다녀온 남편은 저와 함께 포르투갈에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고 거듭 이야기했거든요. 사랑하는 사람과 느리고 여유롭게 머물기 참 좋은 곳 같다면서요.
남유럽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저에게 남편의 그 담백한 한마디는, 제 머릿속에서 제멋대로 색이 입혀지고 향기가 담기게 되었어요. 저는 그 이후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포르투갈 사진을 찾아봤고, 포르투갈의 소도시를 다루는 책을 주문했고, 포르투갈어를 배우기 위해 어플까지 다운받았죠.
그렇게 다녀온 포르투갈은 이태리 베네치아처럼 이국적이면서 눈에 확 들어오는 풍경도 많지 않고, 스위스처럼 자연 풍광이 멋들어진 곳도 아니고, 런던이나 파리처럼 도시적인 유럽의 느낌에 흠뻑 젖을 수 있는 곳도 아니었어요.
그런데 리스본행 야간열차라는 영화에 나오는 대사 있죠.
중요한 순간은 때로 너무 사소하게 지나간다
포르투갈은 그렇게 너무 사소하게 지나가서 저 자신조차 눈치채지 못했던 중요한 순간들을 일깨워주고 곱씹게 했어요. 그리고 절 그렇게 만든 순간들조차 너무 시시해서 가끔은 웃음이 나올 정도였고요.
이를테면 햇살이 엄청나게 뜨거운 날 얼음장같이 차가운 바람이 살에 닿았을 때, 거리를 걷는데 갈매기떼가 날아와서 흠칫 놀라고 그렇게 놀란 서로가 너무 우스워서 웃음이 터졌을 때, 그런 때 말이에요.
그래서 포르투갈 여행기는 제 기존의 여행기처럼 거창하게 '추천 스팟 몇 개'와 같은 형식으로 쓰기 싫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글의 모양을 정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고, 답은 나오지 않아서, 결국 제가 느낀 포르투갈처럼 소소하고 시시하게 쓰게 됐어요.
지난 6월의 별 거 없는 포르투갈 여행기, 시작할게요 :)
좀 더 개인적이고 짧은 이야기들은 @smalltalk._에서 함께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