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이상하게 한국 느낌이 나"
"여긴 묘하게 한국 느낌이 나"
오빠와 내가 포르투갈을 여행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말.
포르투갈은 우리가 지금까지 다녔던 여행지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은 보라카이 화이트비치에서 우리는 넋 놓고 휘황찬란한 구름을 마냥 바라봤었고, 비엔나에서는 도시적인 편안함에 이 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었는데, 이상하게 포르투갈에서는, 포르투갈에만 집중할 수가 없는 거다.
포르투갈은 자꾸만 너무 뜬금없는 포인트에서 우리를 과거로 데려다 놓았으니까. 그것도 한국에서의 과거로.
리스본. 포르투갈의 수도이자 바다와 맞닿아 있는 도시. 한여름이 시작되던 6월 말의 밤 10시에 우리는 리스본의 바닷가를 거닐었고, 걸으면서 이상하게도 한강 생각을 했다.
네모나게 잘 정돈된 모양새가 꼭 정비사업이 끝난 한강 같아서였는지, 아니면 축제가 끝난 거리에 여운처럼 들리는 노래가 괜히 한국 트로트와 닮아 보여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아니 분명 달랐을 거다. 남유럽 도시의 바닷가와 서울의 강가가 같을 리가 없지. 하지만 여행 내내 비슷한 경험은 되풀이됐다.
포르투갈 느낌이 가득한 오래된 식당에서 내온 밥과 새우가 들어간 스튜는 꼭 우리나라 어딘가에서 먹어본 맛이었고, 낮보다 사람이 많았던 리스본의 밤거리는 서울의 번화가를 떠오르게 했으며, 잘 정돈된 포르투의 공원은 올림픽공원에서의 첫 데이트를 생각나게 했으니 말이다.
우리는 그렇게 자꾸만 포르투갈에서 한국에 있는 과거의 우리와, 과거의 각자와 만났다.
그 과거에는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한 늦은 밤 함께 천천히 한강을 거닐던 우리가 있었고, 긴장한 마음에 넓디넓은 올림픽공원을 마냥 같은 코스로만 돌던 첫 데이트 날의 수줍던 우리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 과거에는 참 빛나던 때였다는 걸 모르고 자신감 없이 축 쳐져있던 안쓰러운 내 모습도 있었고.
포르투갈은 그렇게 과거의 우리를 불러내어 포르투갈에서의 추억을 슬며시 덧입혔다. 포르투갈에서 괜스레 감성적으로 변했던 날이 많았던 건, 아마 그곳에서 공간과 시간을 동시에 여행했기 때문일 거다.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보다 우리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했던 여행은, 포르투갈에서 처음이었으니까.
번외) 유난히 한국스러웠던 것들
# 한국 느낌의 음식
해외여행 중에 반드시 1일1라면을 실천하는 한국인 입맛의 정석인 남편은 포르투에 머무른 5일 동안 라면을 단 한 번밖에 먹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현지화된 외국 요리를 먹는 듯한 느낌이랄까, 한식이 아닌데도 이상하게 한국 레스토랑에서 먹는 맛이 났다. 리스본은 그래도 꽤 이국적이었는데, 포르투는 거의 예외 없이 음식 맛이 친숙했다.
# 낮보다 활기찬 밤의 거리
많은 식당들이 오후 3시부터 늦게는 8시까지 문을 닫기 때문에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하려면 보통 8시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올 즈음인 오후 10시에는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많다. 유명한 거리에서는 줄 서서 걷는듯한 느낌마저 들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