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의 포르투는 여행하기 딱 좋은 날씨였어요. 햇볕은 따사로운데 바람은 놀라우리만치 차가웠거든요. 에어컨을 가득 튼 호텔방에서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있는 느낌이었달까요.
저희가 다녀온 포르투의 추천 스팟도 비슷해요. 그곳들은 아늑한데 왠지 모르게 시원하고, 바다 냄새가 나는 것만 같았거든요.
포르투에 다시 가게 되면 꼭 다시 방문할 곳들만 엄선했답니다. 함께 보실까요.
살면서 한 번쯤은, 이런 분위기
거리를 걷다 분위기에 매료되어 저희도 모르게 들어갔던 곳이에요. 식사하려고 들어가니 사람이 가득 찬 상태여서 다음날 밤 10시로 예약하고 식사했어요. 8시, 9시도 아닌 10시라니, 인기를 실감했죠.
포르투갈의 식당은 하나같이 인테리어가 수준급이에요. 원래 인테리어에 많이 공들이는 곳이 아니면 부족한 구석이 한두 군데는 있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포르투갈의 식당들은 어쩜 그렇게 모두 완벽한지.
칸티나32는 그중에서도 인테리어가 가장 훌륭했던 곳 중 하나예요. 분명 투박한 느낌인데 로맨틱하고, 모던한데 차가운 느낌이 없어요.
저희가 먹었던 메뉴는 사진 속의 소고기와 감자요리, 해산물 요리 등이에요. 하지만 메뉴 보시고 취향대로 시켜 드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이 곳의 주인공은 따로 있거든요. 그건 바로 화분 케이크. 치즈케이크에 오레오를 범벅한 건데 진짜 화분처럼 생겼어요. 먹는 재미가 쏠쏠해요. 맛도 그럭저럭 괜찮답니다.
포르투를 떠나기 전 마지막 날 밤에 들러보시면 어떨까 해요. 와인 없이도 분위기만으로 취할 수 있는 곳이니까요.
저희가 반했던 칸티나32의 외관. 사진보다 실제 모습이 훨씬 더 고급스러워요.
정성스레 요리한 장인의 식탁
장인이 운영하는 것 같은 작은 식당이에요. 굽이굽이 골목길을 건너 찾아갔어요. 테이블이 다섯 개 정도밖에 없었던 그 작은 공간에는 엄청나게 인자한 주인아저씨와, 오랜 단골 같아 보이는 손님들이 앉아 있었어요.
위의 칸티나 32가 럭셔리하고 세련된 분위기라면 이 식당은 조금 더 소박한 느낌이 나요. 하지만 소홀함이 없죠.
식전빵도 이렇게 분위기 있고요.
해산물 스튜도 이렇게 정갈하답니다. 토마토 맛이 조금 강하다는 것 빼고는 어딘가 한국스러운 느낌이었어요.
유럽에서는 흔하지 않은, 하나만 시켜 둘이 나눠 먹는 요리라 더 그렇게 느꼈던 걸까요. 한국 요리 없이 못 사는 남편이 너무 좋아하며 잘 먹었던 메뉴예요.
거기에 와인까지 곁들여 마시니 괜히 저희도 오랜 단골이 된 느낌.
동 루이스 다리로 가는 길에 꼭 들러 보세요. 포르투 비탈길의 작은 식당에서 정성스레 요리한 음식을 먹는 기분은 꽤나 근사하거든요.
정상급 퀄리티의 생선 요리
저희 부부가 공통적으로 꼽은, 포르투에서 가장 맛있었던 집이에요. 오 발렌팀은 Matoshinhos라는 지역에 위치한 식당이에요. Matoshinhos는 포르투에서 살짝 떨어져 있는 어촌 마을인데, 세계 정상급 퀄리티의 생선을 자랑한대요. 도로에 말 그대로 갈매기들이 옹기종기 걸어 다닐 정도로 바다와 가까운 곳이에요.
R. Herois de Franca라는 거리에 생선구이집이 즐비해 있어요. 사실 아무 곳이나 들어가도 될 정도로 평이 모두 좋아요. 저희가 간 O Valentim은 그중에서도 트립어드바이저에서 2위를 했던 곳.
이 곳의 특징은 다른 식당들보다 훨씬 깨끗하고 모던하다는 점이에요. 밖은 조금 허름해 보이는데, 안은 꽤나 고급스럽고 깔끔해서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어요.
저희는 직원의 추천에 따라 농어구이와 밥을 함께 먹었어요. 해산물의 퀄리티가 좋다는 게 먹으면서도 느껴질 정도였고 소스도 적당했어요.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딱 적당한 맛!
웨이트리스가 정성스레 살만 발라준 생선을 한가로이 먹고 있노라면 시간이 왠지 천천히 가는 느낌이에요.
저희는 여기에 한동안 머물면서 포르투의 주거 지역을 가보기로 정하고, 포르투를 정말 구석구석 보고 있다고 저희들끼리 괜히 즐거워했답니다. 구불구불한 포르투뿐만 아니라 넓은 도로들이 시원시원하게 뻗어있는 포르투도 경험했다는 건 아직도 꽤 뿌듯한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참, 근처에 Parque da Ciudad라는 큰 공원이 있는데 여기도 함께 방문해 보세요.
온갖 콘서트를 이곳에서 할 만큼 크기가 엄청 큰데, 사람이 거의 없거든요. 한적하게 둘만의 시간, 혹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 좋아요. 자전거를 타고 바다를 보며 공원을 한 바퀴 돌아도 좋을 테고, 잔디에 누워서 하늘을 마냥 바라봐도 근사한 추억거리가 될 거예요.
Mercado와 Matosinhos Sul이라는 지하철역이 근처이지만 우버를 이용해서 바로 공원에 가시길 추천해요. 저희는 오전에는 공원을 거닐다가 점심때쯤 걸어서 O Valentim으로 이동했답니다.
중독되는 나쁜 맛
포르투갈은 우리나라에선 그리 유명하지 않지만 유럽에서는 매우 인기 있는 관광지예요. 그래서 어딜 가든 관광객으로 보이는 유럽인들이 즐비한데, 이곳에서는 한 명도 보지 못했어요. 오히려 콩가 반대편 식당에 줄을 길게 서 있었죠. 영어를 할 줄 아는 직원도 아무도 없었으니 진정한 로컬 맛집이 아닐까 싶어요.
Conga는 bifana라는 음식을 포르투갈에서 잘 하는 집으로 유명해요. Bifana는 돼지고기를 빵 사이에 끼우고 소스를 뿌린 포르투갈만의 '돼지고기 샌드위치' 요리인데요.
생긴 건 정말 투박해요. 돼지고기랑 소스, 빵 세 가지 밖에 들어간 게 없거든요.
그런데 드셔 보시면 정말 놀랄 거예요. 소스가 살짝 매콤하면서 마늘향도 나는데 중독될 것 같은 맛이거든요. 매장이 오픈한 1976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가족들 사이에서만 공유되고 있는 비밀 레시피로 만드는 소스래요.
남편은 양념이 안 된 제육 햄버거 같다고 평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있다는 데에는 동의했어요. 분명 이국적이지만, 한국인들이 정말 좋아할 만한 이국적인 맛이랄까요. 그리고 왠지 MSG가 가득한 느낌이에요!
Bifana는 Snack 메뉴에 자리하고 있지만, 2개 정도 드시면 식사로도 든든할 거예요. 가격도 저렴해서 배만 안 부르다면 한 개 더 먹고 싶어 질걸요.
매장은 시끌벅적해요. 사람들도 정말 자유롭게 먹고 있고, 직원들 목소리도 크거든요. 그만큼 포르투의 로컬 정서를 느끼기에는 딱이랍니다.
주위 다른 사람들처럼 포크나 나이프도 없이 손으로 우걱우걱 샌드위치를 먹고 있으면, 현지인이 된 것 같은 맘에 괜히 으쓱할지도 몰라요. 여행 초반에 꼭 들러 보세요. 분명 또 가고 싶어질 테니까요!
* 포르투갈 시리즈는 단순 에세이와 기존의 추천스팟 에세이가 번갈아 가며 작성될 예정이에요. 소개하고 싶은 곳들도, 느낀 것도 너무 많은 곳이네요.
* 조금 더 시시한 감상들은 http://instagram.com/smalltalk._ 에, 여행 이외의 다른 이야기들은 http://blog.naver.com/smalltalkk_에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