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보다 먼저 배우는 말

일본 아이의 언어 습관

by 라일락향기

일본 어린이집에 처음 갔을 때, 예상보다 빨리 듣게 된 말은 “스미마셍(죄송합니다)”이었다.

아이들이 장난감을 떨어뜨릴 때, 친구 옷자락을 밟았을 때, 무심코 부딪쳤을 때.

선생님은 “사과해요”라고 하지 않고,

조용히 아이 옆에 와서 속삭이듯 이렇게 말한다. “스미마셍 하자.”

그리고 그 말이 끝나자마자, 아이는 고개를 숙이며 스스로 따라한다.


‘스미마셍’의 타이밍을 가르치는 나라

일본은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너무 자주 써서

외국인에게는 조금 과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사회에서는 ‘스미마셍’이 사과만을 뜻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부탁할 때도,

길을 지나칠 때도,

무언가를 건넬 때도

그 말은 ‘죄송합니다’가 아니라 **‘조심스러운 배려’**를 나타내는 표현이다.


아이들은 단순히 단어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상황마다 이 말이 어떤 감정을 담고 있는지를 몸으로 익힌다.

한국에서 ‘고마워’나 ‘미안해’를 가르치는 방식과는 조금 다르다.

여기는 상황을 먼저 익히고, 그다음에 단어를 익히는 방식이다.


식사 전에 두 손을 모아 말하는 ‘잇타다키마스’

아이들이 점심시간 전, 식판을 받고도 먹지 않는 모습을 본 적 있는가?

일본에서는 선생님이 말해줄 때까지 기다린다.

그리고 다 함께 외친다. “잇타다키마스.”

두 손을 꼭 모은 채, 작게 고개를 숙이며 말하는 이 인사.


직역하면 ‘잘 먹겠습니다’지만,

그 속에는 **‘당신이 차려준 음식, 그리고 그것을 만든 사람에 대한 감사’**가 들어 있다.

그리고 아이들은 이 인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존중’을 배운다.


식사가 끝난 뒤에는 “고치소사마데시타(잘 먹었습니다)”라는 말도 빠지지 않는다.

단지 밥을 먹는 일도, 여기서는 하나의 인사이자 의식이다.


언어는 교육이 아니라 문화의 습관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은 매번 “인사하세요”라고 크게 말하지 않는다.

대신 스스로 먼저 인사를 하고, 아이에게 다가가 말한다.

“이럴 땐 어떻게 하지?”

아이는 눈을 맞추며 ‘스미마셍’, ‘잇타다키마스’, ‘고치소사마’라고 말한다.

자연스럽게 반복된 이 과정은 결국 하나의 습관이 된다.


우리는 보통 ‘고마워’나 ‘미안해’를

누군가의 감정을 바르게 표현하는 말로 생각한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그런 말들이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방식의 일부로 존재한다.

아이들이 먼저 배우는 것은 감정보다는 행동의 결과와 관계의 맥락이다.


그래서일까.

일본 아이들을 보면 말을 예쁘게 한다는 느낌보다

‘조심스럽게 말한다’는 인상을 더 강하게 받는다.

그건 단어를 잘 써서가 아니라,

그 말을 언제, 어떤 마음으로 쓰는지를

오래 전부터 조금씩 배워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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