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서기, 질서, 그리고 조용한 배려의 교육
처음 일본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냈을 때 가장 놀랐던 건,
아이들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조용히 줄을 선다는 사실이었다.
정해진 순서가 아니면 움직이지 않고,
자기 차례가 될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는 그 모습은
한국에서 보아오던 유아교육과는 확실히 달랐다.
말보다 ‘기다림’을 몸으로 배우는 아이들
한국에서는 “기다려야지”, “먼저 하면 안 되지”라는 말을
자주 하며 아이들에게 순서를 가르친다.
하지만 일본 어린이집에서는
말로 하기보다 ‘그냥 기다리는 풍경’ 자체를 반복해서 보여준다.
점심시간, 아이들은 자기 수저를 들고도 먹지 않는다.
선생님이 “이따다키마스(잘 먹겠습니다)”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누구도 먼저 먹지 않는다.
한 아이가 먼저 먹으려고 하면,
선생님은 다그치기보다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지금은 기다리는 시간이야” 하고 말해준다.
그 목소리도 거의 속삭이는 수준이다.
규칙보다 ‘배려’를 먼저 가르치는 문화
줄을 서는 행위 자체보다 더 강조되는 건
서로를 배려하고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태도다.
아이들이 입구에서 서로 밀치지 않도록
입장할 때마다 바닥에 스티커를 붙여
한 발짝씩 떨어져 서는 훈련을 반복한다.
이런 작은 규칙들은 아이들 스스로에게
‘질서란 남을 위해 존재한다’는 감각을 준다.
이기지 않아도 된다는 감정,
양보하고도 즐거울 수 있다는 경험이 쌓인다.
기다림은 결국 자기 조절의 힘이다
일본에서는 기다리는 아이가 착한 아이라는 말보다
‘기다림을 통해 자기를 조절하는 아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줄을 서는 연습, 식사 전 인사, 발표 순서 기다리기,
작은 게임에서도 누가 먼저인지 차례를 정하고
그걸 지키는 것을 훈련처럼 반복한다.
이런 습관은 성장하면서 공공장소에서의 매너로 확장되고,
나아가 인간관계에서도 자신을 조절하는 힘으로 자리 잡는다.
우리 아이에게도 필요한 ‘작은 기다림’의 경험
사실 처음엔 답답했다.
왜 굳이 줄을 이렇게 오래 서야 하지?
왜 다 준비됐는데도 같이 먹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
그런데 아이가 어느 날 이런 말을 했다.
“○○짱이 안 왔으니까 같이 기다리자.”
이해했다.
이건 질서가 아니라 배려를 위한 기다림이었다.
조용히 기다리는 일본 아이들의 모습은
속도가 중요한 세상에서
속도를 조절할 줄 아는 힘을 키워주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기다림’을 가르친다는 건,
단지 줄을 세우는 일이 아니다.
세상을 배려하는 마음을 익히는 일이다.
그리고 그건, 우리 아이에게도 꼭 필요한 배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