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취방, 정말 작을까?

일본 원룸의 구조, 월세, 보증금 시스템, 실제 살아본 공간 후기

by 라일락향기

일본으로 이주하고 처음 맞이한 현실은, 바로 ‘집’이었습니다.

사진으로 봤을 땐 괜찮아 보였는데, 막상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아, 정말 이게 전부야?’


그날 이후 저는, 일본의 원룸 문화를 조금씩, 그러나 확실히 이해하게 됐습니다.


상상보다 작은, 그러나 기능적인 공간

제가 처음 살게 된 곳은 도쿄 외곽의 조용한 동네에 위치한 6조(6畳)짜리 원룸이었습니다.
6조는 흔히 말하는 6개의 다다미가 깔리는 면적,
즉 대략 9.9㎡(약 3평) 정도인데,
욕실과 주방, 세탁기 자리까지 다 포함된 크기였습니다.


놀랍게도 이 작은 공간에
싱글 침대, 책상, 수납장, 전자레인지, 냉장고, 심지어 옷장까지 들어가 있었고
주방은 ‘1구 인덕션’과 소형 싱크대가 붙어 있는 구조였죠.
‘이건 살아야 할까, 숙박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적응이라는 건 생각보다 빠르게 이뤄졌습니다.


월세와 보증금, 시스템이 낯설었던 이유

한국에서 자취를 해 본 사람이라면 ‘보증금 + 월세’ 구조가 익숙하겠지만,
일본은 조금 다릅니다.
저는 처음 계약할 때 아래 항목에 당황했습니다.

보증금(敷金, 시키킹): 집주인에게 맡기는 돈, 퇴실 시 일부 반환

사례금(礼金, 레이킹): 말 그대로 ‘감사 인사’로 돌려받지 못함

중개 수수료

화재보험, 열쇠 교체비, 관리비 등…


결국 월세가 5만 엔(한화 약 45만 원) 수준이었는데,
계약 당시 들어가는 돈은 20만 엔이 넘었습니다.
‘이걸 다 내고 들어가야 하나’ 싶지만,
이런 시스템은 일본 전역에서 꽤 일반적이었습니다.


실제로 살아보니 – 답답함보단 ‘정돈된’ 삶


물론 처음에는 불편했습니다.
자려고 누우면 손을 뻗으면 벽에 닿고,
밥을 먹을 땐 책상 위에 반찬 두 개만 놓으면 꽉 찼고,
이불을 개지 않으면 하루 종일 방이 엉망이 되곤 했죠.


하지만 그렇게 몇 주를 살고 나니,
자연스럽게 ‘정리’와 ‘절제’의 습관이 생겼습니다.


물건은 필요한 만큼만,
청소는 하루 10분씩,
불필요한 소비도 점점 줄어들었고
작은 집 안에서도 아늑함을 느끼는 순간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작은 집에 담긴 일본의 ‘생활 미학’


일본의 원룸은 단순히 ‘작다’는 느낌보다는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삶의 방식이 반영되어 있었습니다.
접이식 가구, 높은 수납장, 심지어 욕조 위에 빨래 건조대까지
어떻게든 기능성을 잃지 않으려는 설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비좁지만 불편하지 않게’,
‘단순하지만 성의 있게’라는 원칙이
그 작은 집 안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었죠.


한국과는 다른 불편함, 그리고 적응


일본 자취방은 확실히 불편할 수 있습니다.
방음이 약하고, 겨울엔 춥고, 에어컨은 오래됐고,
엘리베이터 없는 3층, 빨래는 베란다가 없어서 실내에 말려야 하고…


하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나름의 방식으로 하루를 채워갑니다.
저 역시 작은 방 안에서 책을 읽고, 혼자 밥을 해먹으며
‘내 생활을 설계하는 재미’를 알게 됐습니다.


작지만 단단한 공간에서


일본 원룸은 확실히 작습니다.
하지만 ‘작기 때문에 가능한 삶’이 있습니다.
정리된 공간, 단순한 생활, 필요한 것만 곁에 두는 하루.


처음엔 불편함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그 안에서 내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고 싶은지를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됩니다.


그 작은 방은, 어쩌면 제게 가장 단단한 공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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