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 가격, 할인 타이밍, 한국과 다른 식문화 차이
처음 일본에 와서 가장 자주 갔던 곳은 편의점이 아니라 ‘슈퍼’였습니다.
마트보다 조금 작고, 동네마다 다르고, 분위기도 제각각인 그 슈퍼는
이제 제 일상에서 가장 현실적인 문화 체험 공간이 되었습니다.
장바구니에 담긴 물가 – 예상보다 비싸기도, 싸기도
일단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일본의 생필품 물가는 생각보다 비쌉니다.
500ml 생수 하나가 100엔(약 900원)이고,
우유 한 팩은 200엔이 넘는 경우가 많아요.
세제나 휴지처럼 용량 큰 제품은 의외로 한국보다 비싼 편이더라고요.
그런데 또 반대로,
두부는 30엔50엔(한화 300500원),
계란도 10개에 150엔 전후로 꽤 저렴하게 구할 수 있습니다.
‘싸다’는 감각보다는, 일본은 가격 차이가 확실한 품목 사회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진짜 꿀팁: 할인 타이밍은 저녁 7시 이후
일본 슈퍼를 자주 가보면
누구나 체득하게 되는 하나의 진리가 있습니다.
"할인은 7시 이후에 시작된다."
특히 도시락, 초밥, 튀김류 등 즉석 식품들은
유통기한이 당일 저녁까지이기 때문에
오후 7시가 지나면 20% 할인 스티커가 붙고,
8시쯤에는 30%~50%까지 내려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걸 ‘네루키리(値引き)’라고 부르는데,
저도 어느새 손에 자연스럽게 스티커 붙은 도시락을 골라 들고 있는
‘현지인처럼 보이는 외국인’이 되어 있더라고요.
고기보다 생선, 반찬보다 ‘간편 단품’
일본 슈퍼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반찬 코너가 거의 없다는 거였습니다.
한국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육볶음, 멸치볶음 같은 건 거의 없고,
대신 초밥, 오니기리, 각종 튀김이 다양하게 준비돼 있죠.
특히 생선 코너는 늘 큽니다.
생물 회부터 구이용, 조림용으로 정리된 팩들이 따로 있고
고등어나 꽁치 같은 생선은 한국보다 더 흔하고 더 저렴하게 느껴졌어요.
반면, 돼지고기나 소고기 양념 제품은 거의 없어서
처음엔 “무슨 요리를 하라는 걸까” 당황스러웠죠.
반찬 대신 '미소된장국'
일본 슈퍼에서 자주 사는 것 중 하나는
인스턴트 미소된장국입니다.
건더기까지 포장된 분말형 제품이라
컵에 뜨거운 물만 부으면 국이 완성돼요.
국이 없으면 밥을 못 먹는 한국인에게
이거 하나면 밥상 차리기가 한결 수월해지거든요.
도시락과 튀김이 진심인 나라
일본 슈퍼의 꽃은 단연 ‘벤토(도시락)’입니다.
매일 아침과 저녁, 직접 매장에서 조리한 벤토들이 진열되는데
돈가스, 생선구이, 카레, 햄버그 스테이크 등 종류도 다양하고
구성도 꽤 알차서 정말 ‘외식보다 나은’ 한 끼가 되곤 합니다.
특히 가라아게(닭튀김)나 고로케 같은 튀김 코너는
단품으로도 많이 팔리고, 인기 있는 제품은 7시 전에도 동날 정도예요.
일상이 된 일본 슈퍼 탐방
지금은 어느새 슈퍼에서 할인 타이밍을 맞춰
도시락을 고르고, 반찬거리와 계란을 사는 게 자연스러워졌습니다.
한국과는 전혀 다른 식문화와 구매 방식이지만
그 속에서도 나만의 루틴과 ‘살림 감각’이 생겨난 거죠.
일본에서의 삶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매일의 장보기, 매일의 식사 준비 속에서
‘살고 있음’이 느껴지는 순간이 더 많아집니다.
작은 슈퍼의 복도에서
한 손엔 두부, 한 손엔 할인 도시락을 들고
오늘도 저는 일본의 현실적인 풍경 안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