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을 걷다, 시간이 멈춘 도시 교토

전통과 절제가 공존하는 거리에서 마주한 고요한 감동

by 라일락향기

교토를 처음 찾은 날, 나는 유난히 천천히 걸었다.

도쿄에서는 보기 드문 리듬이었다. 모두가 바삐 흘러가는 대도시의 흐름에서 벗어나, 이곳에서는 마치 나조차도 오래된 풍경의 일부가 된 듯했다.


기온.

그 이름만으로도 어떤 정적이 감돈다.

한때는 게이샤들이 다니던 거리로, 또 한편으로는 교토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알려졌지만, 직접 그 거리를 걷는 순간은 그 어느 설명보다 묵직했다.

기온 거리는 그저 오래된 거리라는 말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다.

그곳에는 절제된 아름다움이 있다.

치장되지 않은 나무 문틀, 낮은 처마, 발걸음 소리조차 삼켜버리는 돌바닥. 모든 것이 소박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았다.


한 가게 앞, 노렌(のれん)이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문은 닫혀 있었지만, 그 안에 사람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기온은 그런 곳이다. 모든 것이 다 드러나지 않지만, 그 속에 사람이 있고 시간이 있고 숨결이 있다.


해 질 녘 무렵, 기온 거리는 조금 더 고요해졌다.

낮에는 관광객들의 발길로 조금은 부산했지만, 저녁이 되자 조명이 어슴푸레 켜지고, 그 골목의 결이 달라졌다.

우연히 마주친 게이코(게이샤를 지망하는 이들)의 모습은, 누군가 연출해둔 한 장면 같았다.

어깨 너머로 스치는 향, 조용한 발걸음,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붉은 칼라.

그 모든 것이 ‘교토’라는 시간 속에 새겨져 있었다.


기온을 걷는다는 건 사실 목적이 있는 행위는 아니다.

어디를 가겠다는 것도 아니고, 무엇을 보겠다는 것도 아니다.

그저 지나가는 사람들의 공기와 시간을 함께 살아보는 일에 가깝다.


나는 그날 아무 기념품도 사지 않았다.

대신 오래된 찻집에 들어가 말차 한 잔을 마셨다. 말 없이도 따뜻했던 그 공간이 내게 준 위로는, 지금도 종종 떠오른다.

그리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시간이 멈춘 도시란, 과거에 머무는 곳이 아니라 현재를 제대로 살아내는 법을 알려주는 곳이라는 걸.


교토의 기온,

그곳에서는 시간조차 예의를 갖춘 듯 흘러간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도쿄에서 조용히 걷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