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작은 베네치아를 걷다
일본 오카야마현의 소도시, 구라시키.
그 안에서도 '미관지구(美観地区)'는 별도로 시간을 걷는 듯한 거리다. 고즈넉한 운하 옆으로 이어지는 흰 벽의 창고와 검은 기와지붕, 그리고 그 앞을 흐르는 고요한 물길.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 나는 마치 동화 속 골목에 들어선 기분이었다.
운하는 폭이 그리 넓지 않다.
하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깊이는 작지 않았다.
수면에 비친 건물의 그림자, 천천히 노를 젓는 작은 배, 한두 명씩만 걸어 다니는 관광객의 발걸음. 이곳에는 '관광지'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조용하고 품이 있었다. 마치 도시 전체가 과거로 돌아가 숨을 고르고 있는 듯한, 그런 정적인 아름다움.
구라시키는 원래 에도 시대부터 번창했던 상업도시였다.
운하를 따라 곡식과 물품이 오갔고, 그 덕분에 지금도 남아 있는 창고 건물들은 당시의 번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흰 벽에 나무틀, 검정 기와.
하나하나의 집이 박물관 같고, 그 안에는 지금도 작게 살아 숨 쉬는 생활이 있었다.
운하 옆 찻집에 앉아 차 한 잔을 시키면,
주인은 느긋한 손놀림으로 잔을 내어주며 말한다.
"천천히 구경하세요. 지금이 가장 예쁠 때예요."
그 말이 맞았다.
이곳에서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이 없고, 그냥 조용히 걸으며 ‘느껴야 할 것’만 남는다.
정오 즈음, 창고 사이를 지나가던 고양이 한 마리.
그리고 잉어가 헤엄치는 물길, 대여소에서 기모노를 입은 관광객들이 찍는 기념사진.
어떤 연출도 아닌 일상의 한 장면이 풍경이 되는 도시.
나는 그 풍경 안에 오래 머물고 싶어졌다.
구라시키 미관지구는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그 담백한 고즈넉함이야말로 일본 여행에서 흔히 놓치기 쉬운 ‘정취’다.
베네치아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구라시키는 구라시키다."
그 자체로 충분히 단단하고 아름다운 도시.
그리고 그런 도시를,
나는 조용히 걷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