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나카 긴자 산책기
도쿄에서 ‘조용한 시간’을 찾는 건, 그리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디를 가든 빠르게 지나치는 사람들, 반짝이는 간판, 차가운 철제 계단 소리. 그런 풍경에 익숙해질 무렵, 누군가 말해줬다. “도쿄에도 시간이 느려지는 골목이 있어요.” 그리고 나는 ‘야나카 긴자’로 향했다.
야마노테선 닛포리역에서 내리면, 예상보다 쉽게 도착한다. 역을 나서 언덕길을 따라 걷다 보면, 갑자기 마을의 공기가 바뀌는 순간이 있다.
낮은 지붕, 투박한 간판, 가게 앞에 세워진 자전거. 마치 시간을 한 세대쯤 거슬러 올라온 듯한 느낌이다.
야나카 긴자는 도쿄 안에서도 드물게 전쟁 피해를 입지 않은 지역이라, 메이지 시대의 주택 구조와 작은 상점들이 그대로 살아 있다. 덕분에 이곳을 걷는 일은 단순한 산책이 아닌, 시간과 감정의 복원이 된다.
한 손에는 고양이 모양 고로케를 들고, 천천히 걷는다.
입 안 가득 퍼지는 감자와 고기, 바삭한 튀김 옷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이 참 이상하게도 평온하다. 사람들 대부분은 조용히 걸으며, 마주치는 이들과 짧은 눈인사를 나눈다. 고양이들도 바삐 움직이지 않는다. 가게 처마 위에서 졸기도 하고, 관광객 다리 옆에 앉아 느릿하게 세상을 구경한다.
야나카의 묘지 근처에는 작은 절들이 줄지어 있는데, 그곳 또한 번잡한 도쿄와는 딴 세상이다. 할머니가 천천히 나무바닥을 쓸고, 마당에는 국화 화분이 하나씩 놓여 있다.
관광 명소라기보다, 누군가의 일상이 보존된 풍경이다.
무언가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걷는 것, 그 자체가 야나카에서는 일이 된다.
구석진 찻집에 들어가 마차 라떼를 마시거나, 고양이 모양 수세미를 파는 가게를 구경하거나, 나무 벤치에 앉아 사람들을 바라보는 일도 모두 자연스럽다.
돌아오는 길, 골목 어귀에서 뒤를 한 번 돌아봤다.
누군가가 말하듯, “도쿄 안의 시골” 같았다.
하지만 분명히 도시의 시간과는 다른 결을 가진, 조용히 걷는 법을 다시 알려준 장소였다.